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의 중심에서 정의를 외치고 싶을 때다 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정의로운 세상에 살고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자. 20대에 혁명을 꿈꾸지 않거나 40대에도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을. 우리는 사춘기를 거치고 세상을 알아가는 사회화 과정에서 수많은 혼란을 겪는다. 부모의 영향, 가족들의 태도, 가정환경, 교우관계를 통해 형성된 가치관은 사회를 보는 논리가 갖추어지면서 지독한 모순과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의 도덕적 기준과 인생의 목표에 따라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도 변한다. 세상을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구별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체계와 가치를 내면화하고 그 안에서 행복과 자유를 꿈꾸는 보수적인 경향의 사람들이 있고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보수와 진보를 몇 가지 기준과 가치관의 차이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공평한 경쟁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노력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안 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나 조직이든 변화를 꿈꾸기 위해서는 고통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정의는 도덕적 정의에 우선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든 것은 ‘돈’이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물질적 가치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정의’에 대한 논의는 무성했다. 철학적 관점에서 윤리학의 접근이 개인이나 실생활의 규범적 가치에 관한 문제였다면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정의는 주로 분배와 자유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라면 행복의 원천이 되는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이 이야기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의와 관련한 오늘날의 주장은 거의 다 번영의 열매나 고난의 짐을 어떻게 분배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논의를 지배하는 사고는 행복과 자유다. 그러나 경제적 분배의 옳고 그름을 주장하다 보면, 어떤 사람이 도덕적 자격을 갖추었고 왜 그러한가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 P. 24

최근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이 용어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 기준과 내용이 다르고 원칙과 방법이 제각각이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공정함’에 대한 합의가 없었고 ‘공정함’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각각 공정한 사회를 꿈꾸고 자신은 최소한 그 피해자가 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정의란 무엇인가.

미국과 하버드에 대한 콤플렉스가 아니라면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기 힘든 책이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이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야기는 쉽고 간명하다. 사례 중심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철학적 관점에서 정의를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조금 다른 미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며 그들의 전통과 가치를 이해하지 않으면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우려가 있는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인의 정의감을 가장 심하게 건드린 것은 내 세금이 실패를 포상하는 데 쓰인다는 점이었다. - P. 30

한국 사회의 도덕적 해이는 정치와 재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만들었고 그것을 권력과 자본을 소유하기 위한 무한 경쟁 사회로 이끌고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대한민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했던 책이다.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서 ‘미국인의 정의감’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한국인의 정의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과연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한국적 가치란 무엇일까.

이 책은 결국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한국 사회의 지향점은 어디이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미국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철학적 관점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만다. 전체 10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시장과 도덕, 아마누엘 칸트, 존 롤스, 소수집단우대정책, 아리스토텔레스, 충직 딜레마, 정의 공동선에 대한 저자 특유의 비판적 해석이 돋보인다. 1강의 ‘옳은 일하기’는 이 책 전체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행복과 자유와 미덕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있는데 강의 내용 곳곳에서 이 관점들이 가진 장점과 한계 그리고 반론들을 제기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관점에서가 아니라 각각의 관점들이 가지는 효용성과 한계를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미덕’에 방점을 찍는다. 정의는 극단적인 공리주와 자유지상주의 관점이 아니라 ‘미덕’이 주는 관점에서 정의를 설명한다.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판단과 기준이 아니라 ‘정의’의 문제를 인간 사회에서 고민해 온 다양한 도덕적, 철학적 관점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정의’란 무엇인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하게 합의를 통해 규정지을 수도 없고 이론적 기준과 잣대로 판단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의 지향점과 미래 사회의 가치가 무엇인지 오늘도 한국사회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공정사회’가 어떤 기준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그것은 또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의 1강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각자 답해보자. 그것이 바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의’에 대한 정의이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다시 말해, 각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누어 준다. 이때 누가, 왜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묻다 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 P. 33 
 

101015-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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