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발상의 전환. 참 쉬운 것 같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길러지는 능력도 아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는 훈련과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시각과 폭넓은 사유가 필요하지만 꾸준한 독서와 명상, 넉넉하고 여유 있는 마음과 즐겁고 유쾌한 생각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내일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현재의 불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삶의 방향과 목적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바보처럼 굴러가기도 하지만 정교한 틀과 빈틈없는 이해관계로 얽혀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이다. 그 다양한 견해와 관점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 작은 생각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고 분석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아웃라이어』를 읽고 『블링크』를 읽은 다음 말콤 글래드웰의 근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보면서 말콤 글래드웰이 왜 팔리는 작가인가를 다시 확인했다. 비즈니스와 경제에 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저자의 책들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다. 자기계발과 경제경영에 가장 근접한 분야를 이야기하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치열하고 냉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잘못된 생각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한다.

저자의 목소리는 높고 강하지 않다. 편안하게 들어줄 수 있을 정도만 흥분하고 자신있게 설득할 수 있을 만큼만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은 정확하고 방대한 자료조사와 사실에 근거한 주장 때문이라는 1차적인 이유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과 관점으로 세상을 재단한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해서 자신의 생각과 왜,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보면 답은 어렵지 않게 구해질지도 모른다. 개를 사로잡는 달인의 몸짓을 통해 그가 개의 어떤 생각과 몸짓을 읽어내는지 궁금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가 도대체 무엇을 보았는지 궁금해 하는 태도가 바로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외골수, 선구자, 마이너 천재들부터 이론과 예측의 그리고 진단, 인격과 성격과 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향해 정교하게 써내려간 단행본이 아니라 여기 저기 발표한 글들을 묶어 놓은 책이다. 다소 산만하고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다양하고 색다른 느낌의 글들을 색다르게 엮어 읽는 맛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행복은 우리가 얼마나 인간의 무한한 다양성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갔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말은 때로 우리가 익숙한 것을 즐기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는 사실을 잊게 맞든다. - 말콤 글래드웰,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86쪽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의문이다. 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에서 시작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싶은 인간의 충동과 본능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심리학이나 생물학적 본능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원인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그 무한한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그 존중에 걸맞는 이해와 적응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발상의 전환, 네모난 틀을 깨는 사고, 패러다임의 이동 등 어떤 이름으로 표현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자각!

사람들은 오늘도 비슷한 어제를 살고 있을 것이다. 아마 내일도 오늘과 비슷하리라.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또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작은 고민에서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실천하고 부딪치고 또 다시 도전하며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채워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의 틀을 가지고 있는가. 그 틀을 벗어나는 데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아니 말콤 글래드웰의 다른 책들과 함께 늘 새롭고 신선한 삶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 같다.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이야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일한 패턴이나 예측 불가능성은 어쩌면 한 이불을 덮고 다른 꿈을 꾸는 남녀의 모습과 같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동일하게 그리고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 듯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다양성과 구체적 변화 속에 놓여 있다. 다만 그것들은 어쩌면 모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불가해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불안해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하게 견디고 있는 것이리라.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은 그 차이들 속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찾아내는 것이 저자의 보이지 않는 속삭임은 아닐는지.


10070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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