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 영화로 기억되는 <롤라 런>과 미국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는 비슷한 시기에 보았기 때문에 함께 떠오른다. 제목 그대로 달리는 롤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객들은 ‘찰나’에 주목한다. 계단에 움츠린 개를 뛰어 넘고 달릴 것인지 무서워 잠시 멈칫거리는지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 지하철에 아슬아슬하게 뛰어올라 타는 사람과 그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면? 인생은 되감기가 불가능한 한 편의 영화와 같다. 매순간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역사와 인생에 가정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현재가 중요하다. 그 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고 인류의 역사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는 모든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전혀 다른 인생과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것이 세상이고 인생이다.

blink 동사

1. 눈을[눈이] 깜박이다 wink
He blinked in the bright sunlight.
밝은 햇빛에 그가 눈을 깜박였다.
I'll be back before you can blink.
눈 깜박할 새에 돌아올게.
When I told him the news he didn't even blink.
내가 그 소식을 전했을 때 그는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2. [자동사][V] (불빛이[을]) 깜박거리다[깜박이다]
Suddenly a warning light blinked.
갑자기 경고등이 깜박거렸다.

  『아웃라이어』를 보고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보기로 했다. 『블링크』는 세간의 주목을 충분히 받을만큼 받았던 책이지만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책이다. 2005년에 출간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아온 책이다. 2초의 힘! 우리말로 가장 적절한 번역이 떠오르지 않았을 법하다. 사물이나 사건을 인지하는 순간 전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고 대상에 대한 핵심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능력은 개인차가 심하고 분야와 대상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블링크는 이렇게 긴급 상황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을 꿰뚫는 첫 2초가 우리들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굳이 영화의 예를 들지 않아도 주변에서 늘상 벌어지는 일이고 분야만 다를 뿐 ‘척보면 안다’는 말이 통용되는 까닭이다. 순간적인 느낌이나 주관적인 취향과 달리 블링크는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의 결과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문적인 식견을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위급한 상황이나 첫인상을 결정할 때 많이 좌우되는 이 능력은 무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적응 무의식’이라고 한다.

적응 무의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35쪽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논리와 이성적 판단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흔히 ‘첫인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관적 판이거나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에 의한 판단 오류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링크의 중요성이나 활용방법에 앞서 문제점과 오류에 대해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 한 번의 오류는 열 번의 성공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거나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블링크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빠르게, 그러나 여백을 두라고 충고한다. 완벽한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로 성공적인 블링크를 충동한다. 반드시 필요하고 여전히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저자는 이것을 정확한 데이터와 적절한 사례를 통해 훌륭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단순한 자기계발서와 달리 꾸준히 읽히는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웃라이어’와 ‘블링크’는 기존에 있는 사례와 능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했다.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정리하고 가공하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깊이 있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기 쉽고 재미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엮었기 때문에 책의 목적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책장이 넘어가고 흥미 있게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참 잘 썼다고 판단된다. 책에 대한 많은 정보가 책의 구매여부, 독서여부를 잘못판단하게 하는 오류를 줄일 수만 있다면 저자의 말은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수록 판단에 대한 확신이 판단의 실제 정확성과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오스캠프) 숨겨진 '필적'이 많기 때문에, 단 1초나 2초라도 세세한 면에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이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능력에 의지한다. -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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