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능력을 기르는 국어수업
고용우 지음 / 나라말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점을 잘 정리하여 전달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잘 이해하게 하고, 잘 기억하게 하는 것’을 좋은 국어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현실에서 ‘학생들이 뭔가를 더 알게 되고, 뭔가를 깨닫게 되고,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수업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다. - P 23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여러 가지 요소로 잴 수 있다. 급여, 근무환경, 노동조건, 집과의 거리, 근무시간, 보람, 안정성, 미래에 대한 전망 등등. 얼마 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남녀학생 모두에게 1위로 조사된 직업이 중등학교 교사라는 뉴스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을 불신하며 사교육에 기대고 사랑과 존경이 사라진 시대에도 직업의 안정성 때문인지 교사는 매우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느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적 신뢰와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상황과 여건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교장, 교감에 의한 근무평정을 유지한 채 이중 잣대가 되고 있는 교원평가나 마녀 사냥식 언론몰이, 교사에 대한 불신 등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공정한 평가와 발전 방안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불신과 불온한 시선을 전제로 한 비난과 무한 경쟁체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 먼 미래를 보고 나무를 심는 일과 같다. 목적과 동기가 올바른지 점검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인간에 대한 가치와 믿음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내 자식만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와 학교를 안전한 직장으로만 여기는 교사에게 참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선생님은 보석처럼 빛난다.

  건강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국어 선생님이 계시다. 울산제일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고용우 선생님이 펴내신 『언어능력을 기르는 국어수업』을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꼼꼼하게 읽었다. 국어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느꼈을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들이 구석구석에 배어 있었다. 겨우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늘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용기를 주었다. 『문학시간에 시읽기』와 『문학시간에 소설읽기』를 엮으며 처음 만난 선생님의 진지한 모습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직접 내게 말을 건네시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은지 또한 얼마나 노력하는 선생님이 많은지 모른다.

  선생님은 이 책의 제목부터 많이 고민하신 듯하다. 국어교육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수능과 논술 등 대학입시를 앞 둔 학생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밑줄 쫙’으로 일컫는 참고서 대신 수업을 할 수도 없다. 물론 대부분의 국어 수업이 아직도 참고서를 옮겨 적어주고 암기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를 통해 변별력을 시도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국어교육의 미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들보다 국어선생님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이 읽어도 도대체 국어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며 진짜 언어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또한 삶에 도움이 되는 국어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있다. 국어선생님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는 그 고민들과 국어교육의 발전 방향을 전국의 국어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선생님들에게 안내가 될 만한 책들은 물론 국어교육과 국어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는 나라말 출판사에 나온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 번 학교와 국어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은 우선 ‘수업 목표 쓰기’라는 선생님의 특별한 국어수업 준비로 문을 연다. 실제 학교에서 학기 초에 준비해야 할 일은 1년간 아이들을 가르칠 연간 계획을 세우고 같은 학년을 맡은 선생님들과 수업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수업 목표를 아이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이해시키는 일을 해 오셨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일을 해오고 계신 것이다. 간단하게라도 내년부터 당장 함께 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시와 소설, 매체, 비문학, 고전문학에 대한 수업 방법과 내용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설명해 준다. 실전에 활용할 수 있고 이런 방법에 왜 중요하며 실제 학생들의 언어 능력을 기르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 수업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결국 나는 시 수업의 비중을 시 읽는 능력 기르기에 많이 두는 셈이다. 그래서 내가 지향하는 시 수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낯선 시를 많이 접하게 할 것. 둘째, 시의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을 많이 하게 할 것. 셋째, 자주 시를 음미하고 암송하게 할 것. - P 65

  같은 일을 하며 공감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것들 혹은 알고 있지만 동료 선생님과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실천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실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선생님 언어(국어,문학)영역 공부는 어떻게 해요?’이다. 한 마디로 대답하기도 어렵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잘 가르치는 것보다 잘 안내하는 것이, 내가 잘 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10년쯤 걸린 것 같다. 아마 같은 맥락에서 언어능력을 기르는 국어 수업을 고민하신 고용우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진짜 수능이나 논술도 국어 시험도 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좀 더 빨리 알려주고 내일부터 당장 그 비법(?)을 전수해 줘야겠다.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은 국어 수업이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가 아닌가 한다. 글을 읽는 힘이 곧 세상을 읽는 힘이기 때문이다. - P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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