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웃라이어
out · li · er/-,li(ə)r/명사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차고 넘치는 자기계발서의 홍수 속에 살아야 하는 시대는 슬픔이다. 무한 경쟁, 승자독식시대를 살아야하는 신자유주의의 국민들은 한 순간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배워야하고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여야만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수많은 성공신화는 대중들에게 꿈이고 희망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미래를 꿈꾸는 것은 보다 나은 풍요와 물질적 보상을 의미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기계발서 알레르기가 있어 거의 손도 대지 않는 것도 일종의 편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편견은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위무하며 살다가 가끔 좋은 책을 놓치기도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가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은 나름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이 책과의 만남이 특별하지는 않다. 우연히 얻게 된 책을 오래 두었다가 꺼내 읽었다. 성공하기 위한 노력,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특별함을 이야기하는 책도 아니고 천재성을 흉내 내자고 부추기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의 오류를 짚어낸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모든 사람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 이유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종류의 대중서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흥미, 간결한 문장, 공감, 새로움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대박을 터트린 것이 아닐까 싶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성공에 숨어 있는 비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성공의 기준과 방향이 다르고 과정과 결과가 다를 뿐이다. 이 책에서는 빌게이츠와 비틀즈는 천재가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1만 시간’ 연습생 과정을 거친 사람임을 증명한다. 다만 1만 시간을 위한 환경과 기회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은 기본이지만.

우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성급하게 실패의 딱지를 붙인다. 또한 우리는 성공한 사람은 지나치게 추앙하는 반면, 실패한 이들은 가혹하게 내버린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불리한 잣대를 들이댔으면서도 말이다. 우리는 누가 성공하고 누가 그렇지 못할지를 결정하는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쉽게 간과해버린다(여기서 '우리'는 '사회'를 뜻한다) - P. 47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줄 알고 이웃을 생각하고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진정한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1%도 안 되는 사람들의 삶은 흥미롭지도 부럽지도 않았다. 내가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성공에 대한 신화와 끝없는 욕심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신화를 양산하고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성공한 사람들은 그저 우연에 기댄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런 점을 누구보다도 좀 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1부 ‘기회에’서 마태복음 효과를 통해 먼저 태어났을 뿐인 하키선수와 축구선수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이 저자가 주장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평범해서 당연한 이야기들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믿고 싶은 ‘신화’를 깨뜨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결국 ‘성공신화’는 모든 사람에게 맹목적인 꿈이어서도 안되고 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 위안이어서도 안 된다. 성공은 여러 가지 기회와 문화적 유산이 결합된 지극히 우연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으로 읽힌다.

  뒤집어 읽으면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치지 말지어다. 그래도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타고난 능력을 믿고 미친듯이 한 분야에 10년 정도의 노력을 쏟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적절한 문화적 유산이 결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성공의 길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많은 돈을 벌고 권력을 얻고 명예를 쌓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이 기준에 동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이고 분석이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가르는 그 작은 차이는 결국 타고나는 것보다 후천적인 노력과 선택과 용기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래서 저자는 아웃라이어는 아웃라이어가 아니라는 역설로 이 책을 맺는다.

슈퍼스타 변호사와 수학 천재, 소프트웨어 기업가는 얼핏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 그들의 성공은 예외적인 것도 신비로운 것도 아니다. 그들의 성공은 물려받거나, 자신들이 성취했거나 혹은 순전히 운이 좋아 손에 넣게 된 장점 및 유산의 거미줄 위에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을 성공인으로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요소였다. 아웃라이어는 결국,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 - P.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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