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자 말씀하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느니라.”(6장 옹야편) - P. 34 


고전, 어떻게 할 것인가 ; 원전과 2차 저작

  책읽기에도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신간의 숲을 헤매다 보면 고전을 놓치기 쉽다. 현재를 말하는 수많은 책 속에서 고전은 그윽한 향을 풍긴다. 시간을 견뎌낸 책, 고전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실용적 목적만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역설적으로 고전을 읽어야 한다. 대다수 신간은 고전에 대한 재해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 권의 책으로 전체를 통찰하고 싶다면 일단 고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안전한 책읽기는 검증된 고전만을 골라 읽는 방법이다.

  그러나 고전은 쉽게 도전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견고한 체제와 정교한 내용이 어우러져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는 책이 고전이다. 또한 고전은 기본적인 개념에서 촌철살인의 문장 하나에 이르기까지 칼날처럼 매서운 기운이 서려 있는 책을 일컫는다. 따라서 책을 읽다보면 반드시 고전으로 수렴된다. 피할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고전은 책읽기의 정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름의 방법을 정해놓고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한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고전읽기를 통해 얻고 있다면 이미 고수의 길에 접어든 독서가이다.

  먼저 접근 방법을 살펴보자. 철학과 동양 고전의 경우 독학이 어렵다. 원전을 해석하는 것은 일반인의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 한문 전공자가 아니면 동양 고전의 원문을 읽을 수 없고, 철학 전공자가 아니면 철학적 용어와 개념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2차 저작을 통해 가볍게 몸을 풀고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고전이다. 지난 시대의 책, 어렵고 딱딱한 책, 재미없고 지루한 책이라는 고정 관념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풀어주는 방법밖에 없다. 사계절 출판사의 ‘주니어클래식’ 시리즈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배병삼이 풀어 쓴『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적절한 2차 저작으로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시리즈의 여러 가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없어 보이는 ‘논어’를 읽어보자.

  2차 저작물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게 된다. 첫째, 원문을 모두 소개하지 못하고 저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인용과 편집이 이루어진다. 둘째, 원전의 뜻이 훼손될 수 있고 주관적 해석에 따라 오독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셋째, 구체적이고 부분적인 내용에 집중하다보면 전체를 통찰할 수 능력을 얻을 수 없다. 넷째, 나만의 원전 읽기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

  이밖에도 2차 저작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는 더 지적할 수 있다. 고전의 해설서에 해당하는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자와 편저자의 관점이다. 앞서 언급한 전제 조건을 이해한 상태에서 2차 저작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청소년들의 입장에서는 원전을 읽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나의 고전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낸 여러 권의 2차 저작물을 참고한 후 원전에 접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잘 풀어낼 수 있는 전문가의 2차 저작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각 출판사의 고전 읽기 시리즈를 참고해서 청소년에게 적합한 해설서를 골라보자.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논어’로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쉽게 풀어쓴 고전,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통해 청소년들은 친근하고 재미있는 고전 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 2,500년 전의 먼지 묻은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고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병삼은 논어 20장의 각 편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가려 뽑아 알기 쉽고 친절하게 공자님의 말씀을 풀어낸다. 청소년들에게 한발 다가서는 고전을 위해 어설픈 해설이나 단순한 요약본은 사라져야 한다. 진지하고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방법을 찾아 고전의 즐거움을 알려 줄 수 없다면 읽지 않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은 ‘논어’를 궁금해 하는 학생들에게 읽힐 만하다.


논어, 현재적 유용성 : 정치와 교육 문제

  공자는 ‘관계’속의 인간을 꿈꿨다. 또한, 가족 이기주의를 넘어 공존의 가치를 체득하고 인과 예가 실천적으로 운용되는 세상을 그려냈다. ‘논어’는 바로 그러한 공자의 사상을 담아낸 책이다. 한 두 마디로 논어를 요약할 수는 없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것이 배병삼의 주장이다. 특히 정치와 교육 문제에 있어서 공자와 맹자의 말이 자주 인용되기도 하고 비판받기도 한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고전이기 때문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한 김경일의 이야기를 참고하며 읽는다면 색다른 고전읽기가 될 것이다.

  공자를 보는 관점과 논어를 읽는 방법에 따라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일단 논어를 알고 접근해야한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고전을 읽는 즐거움에 해당한다. 특히, 정치와 교육 문제에 관해 논어를 해석하는 것은 간단치가 않다. 현재의 관점으로 공자의 시대를 해석할 수도 없지만 시대와 상황 맥락만으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공자가 가진 이상과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그것이 현재적 유용성을 가지느냐의 문제는 2차 저작자의 관점과 원전을 통한 확인 그리고 독자의 판단이 선행된 후에 논의될 수 있다.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읽힐 만한 책으로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정확한 공자의 의도 파악, 논어의 관한 해박한 지식, 시대를 고려한 논어에 대한 통찰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각론이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과 중립적 자세가 아쉽지만 논어에 대한 저자의 애정까지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청소년들이 공자의 시대와 ‘논어’에 관심을 갖고 ‘논어’를 살아있는 고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힐 만한 가치가 있다.

  학생들이 새겨들어야 할, 교육자로서 공자님 말씀을 들어보자. 

공자 말씀하시다. “첫째, 나는 학생이 ‘모르는 것이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는다. 둘째, 학생이 ‘말로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틔어 주지 않는다. 그리고 ‘한 모퉁이를 들어 보여 주었는데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에겐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7장 술이편) - P. 118

공자 학교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첫째는 열린 학교로서의 면모요, 둘째는 엄격한 교육 과정이요, 셋째는 질문하여야만 대답을 내리는 교육 방식이다. - P. 121



100127-0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