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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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혼자 자동차 타지 않기를 실천해 옮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년에 세운 유일한 계획 중 하나는 자전거 많이 이용하기다. 직장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적당한 거리에 있는데도 자동차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순전히 게으름 탓이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이반 일리히의 말을 실천하려는 게 2010년의 계획이다. ‘책읽기는 실천이다, 지식은 실천이다’라고 외치면서도 지키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행동에 옮겨야 한다.

  스탠 콕스의 <녹색성장의 유혹>을 읽으면서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해 생각했다. 둘 이상이 모여 사는 모든 사회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권력 관계와 기득권에 관한 단상을 적어볼까 하다가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엉뚱한 생각의 흐름이지만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선택’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연의 위대함에 비춰보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오만함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만일 그 계획이 성공한다면, 높아진 에너지 효율성은 경제 확장에 기여해서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소비나 더 많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는 제본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사실상 이러한 시도는 구시대적이고 무모한 산업 확장을 녹색 페인트와 첨단 기술로 포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과연 이것은 이념의 문제일까?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 거품에 대한 저자의 경고는 단호하다.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원자력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LED 전구를 아우르는 정부 주도의 계획들은 과연 제본스 패러독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녹색과 성장은 합쳐질 수 없는 바탕을 갖고 있다. 다만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눈감고 머리만 낙엽에 처박은 꿩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환경과 생태 문제는 이념과 무관한 듯 무관하지 않다.

  성장과 개발론자들이 ‘녹색’으로 포장하는 위장 전술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의 본질, 세종시 논란의 핵심은 자연이냐 인간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자. 이기적 욕망을 부정할 순 없지만 지역 이기주의와 국가 대계 그리고 환경과 개발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결국 적당한 타협과 포기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위로와 자책도 쏟아질 것이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자. 환경 자체가 이념이 되어야 한다. 제본스 패러독스를 기억하자.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이라는 부제는 낯설지 않다. 전 지구적 양아치적 행태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고 오로지 자본과 성장의 논리로 저개발국에 가하는 폭력(?) 수준의 기업 행태를 하루, 이틀 접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다만 이런 현실이 어떻게 지속 가능하며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고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

  공정무역이나 공정거래 커피, 공정 여행에 관한 인식이 점차 싹트고 있는 현실에서 병원산업이나 제약회사의 탐욕과 두 얼굴에 대해 직시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들의 기득권과 제약회의의 약 팔기 권법 그리고 끊임없이 환자를 생산하고 불안 마케팅을 통해 병원과 약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현대인들의 관계는 암울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병 부풀리기와 환자와 의사를 상대로 한 영업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생태를 고발한다.

  전체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제는 하나로 모아진다.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건강한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하루의 생활을 돌아보자.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노력까지는 아니어도 더 많이 파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이 문제가 개인의 도덕에 의존할 문제는 아니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선진국이 나서지 않는다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전세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를 내뿜고 있다. 건강한 지구인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문제로 귀결된 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이유진(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의 칼럼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 목에 걸렸다.

  사회적 의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쁜 생활인의 입장에서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곧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내 삶을 좌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자각해야만 한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완고한 현실의 벽이 조금씩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이미 변화는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것을 외면하고 개인적 이익을 계산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조금 만 더 생각해보면 그것이 결국 커다란 손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녹색은 성장과 한 이불을 덮을 수 없다. 아무리 유혹해도 녹색은 성장을 사랑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이다.


09121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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