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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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순간도 숨을 쉬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무도 공기의 고마움을 모른다.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면서도 값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어렵다. 그것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물과 공기, 비와 바람, 태양과 대지, 바다와 나무 등 자연 앞에 겸손할 줄 모르는 인간은 언제까지 그 오만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까지나 지구가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들은 매일매일 자연을 오염시킨다. 이반 일리히는 이미 오래 전에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설파했고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은 <조화로운 삶>을 실천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들이 말하는 생활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바꿔 놓았지만 그만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에서 채택된 지구 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는 구체적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했다. 지구 오존층에 대한 경고와 위협은 끊임없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지만 우리는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 버린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문학적 상상력은 때때로 우리의 삶을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공상 과학 소설의 전통을 잇고 있는 듯하고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환경 소설이기도 한 새시 로이드의 <카본 다이어리 2015>는 부정하고 싶은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로라 브라운이라는 열여섯 살 여학생이 2015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일기형식의 소설이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을 기록한 10대 소녀의 일기는 ‘안네의 일기’만큼 사실적이다.

  영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탄소 사용 규제 프로그램은 끔찍한 지구의 대재앙을 예고한다. 1인당 탄소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영국은 원시 사회로 돌아간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자동차, TV, MP3 사용도 철저하게 개인 탄소 카드를 통해 규제를 받는다. 마치 공산주의 사회를 연상시키는 하루하루가 실제 상황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게 아니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적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감은 배가된다.

  폭풍과 해일까지 겹쳐 홍수가 발생하며 런던 전역이 물에 잠기고 콜레가 발생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소설의 말미를 장식한다. 관광학과 교수로 일하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예상대로 금방 실직한다. 평화로운 중산층 가정의 일상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의 친구들과 학교 록밴드는 이 소설에서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를 통해 각각의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고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 사소하지만 위대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록 밴드 음악을 통해 사회 비판 의식을 담아내지만 탄소 배급제를 지겨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평범한 10대 소녀의 의식을 반영한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의 괴로움 앞에서는 금방 나약해진다. 그것을 개인들이 혹은 국가와 세계적 차원에서 감당해내지 못한다면 이 소설은 먼 미래에 벌어질 수도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끔찍하지만 이런 상상은 바로 지금 우리들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암울한 미래 전망의 디스토피아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들의 현실이 심각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5년에 정점에 이른다는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2007년 보고서는 지구의 온도 상승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고통스런 현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소설을 무겁게 쓰지 않았다. 청소년 소설답게 개성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10대 특유의 ‘짜증’과 일상들이 뒤섞여 발랄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사랑과 질투, 실연 등을 일기의 한 축으로 삼고 짜증나는 가족들을 한 축으로 삼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소설은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는 청소년 소설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통해 환경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일상생활에서 생각 없이 낭비하는 물과 전기, 게으른 몸을 위한 자동차와 냉난방 설비 등 다시 한 번 돌아볼 것들이 너무 많다. 너무 편리하고 게으르기만 나는 내일부터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


09111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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