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직업에 관한 고찰 1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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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꿈이 뭐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구체적인 직업을 말한다. 꿈은 인생의 목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삶의 목적이자 과정을 말한다. 어떤 인생을 꿈꾼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토대를 둔 희망이다. 추상적이지만 단순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정도의 생각이 아니라 보람있고 즐거운 이유를 말하는 것이며 그것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자신의 꿈과 직업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인 만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업을 통해 생계가 해결되고 많은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부유하지는 않아도 보람있고 즐거운 인생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꿈과 직업은 일치할 수도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업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밑바탕이 된다. 자기가 하는 일이 즐겁고 신나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은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직업만을 생각한다. 그 직업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보다는 돈이나 사회적인 시선을 먼저 생각한다. 직업에 대한 고민은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고 나의 성격과 적성 그리고 능력과 체력 등을 고려해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직업과 꿈을 실현해 나가고 그 속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껴야 한다.

  예전에는 성적이 좋은 학생은 법대와 의대를 선택했다. 학교를 먼저 선택하고 전공을 고르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다양화되었지만 부모나 교사의 권유와 진로지도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렸을 때 다양했던 꿈들은 입시를 앞두고 혹은 수능 점수에 따라 몇 가지로 수렴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다양한 직업에 대한 고민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진로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에서나 개인적으로 적성 검사를 통해 고등학교 1학년 때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전공을 선택하고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진로 탐색이 이루어지는지 의심스럽다. 일단 높은 점수를 받게 되면 선택의 폭이 다양한 입시 제도는 문제가 있다. 어떤 사회든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예체능 계열 학생들 조차도 성적에 따라 대학과 전공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적성과 취미, 능력과 소질에 따라 최선을 다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경쟁사회에서 당연한 논리인 듯 싶지만 국, 영, 수 성적이 인생을 좌우하는 단일한 결정방법은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고 소질을 계발해 주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탁석산의 직업에 관한 고찰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와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는 청소년들에게 직업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요구하는 책이다. 세칭 일류대학 자연계열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영어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은 우리나라 진로지도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체계적이고 다양한 진로지도가 이루어졌다면 저자는 아마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은 도대체 어떤 직업을 갖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1권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는 직업 선택의 어려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다.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황당하지만 자주 듣는 이야기다. 꿈꾸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탓할 수가 없다. 진짜 원하는 일을 일찍부터 꿈꾸는 것도 큰 복이다. 고민의 출발이 놀고 먹고 싶다는 데 있다는 것은 당황스럽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적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다양한 경험이 없으니 무슨 일이 나에게 맞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망, 적성, 실현 사이의 거리를 통해 원하는 것과 적성에 맞는 것, 실제로 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설명한다. 앞서 말한대로 경험의 기회가 적고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보가 왜곡되거나 미래 예측이 어렵다는 것도 직업 선택이 어려운 이유다. 또한 수명이 길어지면서 살아가는 동안 몇 차례 직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은 세태를 반영한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직업에 대한 고민은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의 중요성과 인생의 보람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직업에 성공하기 위해서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숨겨진 공공연한 비밀을 까발린다. ‘운’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자는 데 할 말이 없어진다. 안정성 높은 직업만을 선호하고 적성과 무관하게 모두 비슷한 일을 하고 싶어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자. 저자는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는 실전편에 해당한다.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방법과 준비물을 점검한다. 돈이냐 시간이냐, 혼자냐 여럿이냐, 안정이냐 모험이냐에 따라 직업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두 번 직업을 바꾸었으니 세가지 일을 해 보았다.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몇 가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직업을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교양, 체력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매력있는 사람, 개성있는 사람, 잡기에 능한 사람도 직업에 성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는다. 결국 어떤 태도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달라지고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두 권 얄팍한 책으로 간단 명료하게 핵심을 짚고 있다. 개조식으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직업의 중요성과 직업에서 필요한 요소를 점검하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 직업에 관한 고찰 시리즈지만 학부모나 교사들 입장에서 먼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흔히 청소년 대상 도서가 청소년들을 위한 책으로 알고 있지만 어른들의 생각이 먼저 달라지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나 교사들이 먼저 읽어야한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생각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와 통찰력을 갖춘 부모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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