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견문록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문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이나 사회에서 습득된 가치나 기호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한 문화적 취향이 된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어떤 의식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사물을 보는 태도와 관점이 달라진다. 문화는 사람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틀이며 사회를 변화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풍향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습관적인 행동과 즐겨먹는 음식, 재밌는 놀이가 모두 문화가 된다. 그 중에서도 음식만큼 세상 곳곳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음식문화는 모든 문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느냐에 따라 기후와 풍토를 살펴볼 수 있고 사람들의 기질과 풍습을 이해하기도 한다. 어떤 음식이든 우리가 먹는 것은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기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관점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집단 무의식은 동일한 문화현상을 기초로 한다.

  근대이후 교통수단의 발달과 통신수단의 비약적 발전은 특정 지역의 문화를 세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이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뿐만 아니라 문화의 세계화도 진행되고 있다. 뒤섞이고 들끓는 속성은 문화가 가진 혹은 인류가 가진 교류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통합fusion’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튜어트 리 앨런의 <커피견문록>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커피’라는 음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지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약 3만 킬로미터를 여행한다. 유럽 사람들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으며, 커피는 어떤 음식을 대체했을까? 이 두툼한 하드커버의 커피책은 커피의 문화사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 책과 함께 커피를 보고 듣고 마셔보자. 알고 마셔야하는 것이 어디 와인과 커피뿐일까만 전통 음식이 아니면서도 가장 즐겨 마시는, 생활의 일부가 된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호기심이다. 자, 이제 저자와 함께 커피여행을 떠나보자.

  2,000년 전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에서 출발하기 위해서 우리는 에디오피아로 가야한다. 아디스바바바에서 하레르 지가지가로 이어지는 여행의 출발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혹은 가장 본질적인 형태의 커피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커피는 이제 현대인의 기호품으로 생각하지만 과거에 커피는 특별한 효능을 가진 약품이었고 상류층만이 즐기는 기호식품이었다. 커피를 즐기는 자세와 맛에 대한 감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즐기는 커피믹스는 엄밀한 의미에서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이용한 또 다른 신개발 음료다.

  ‘악마의 음료’라는 별명으로 출발해서 카페인으로 전 세계를 정복해버린 커피. 저자는 그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예멘, 인도, 터키를 거쳐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를 거쳐 브라질을 경유한 후 미국의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더듬어간다. 그야말로 커피의, 커피에 의한, 커피를 위한 여정이다. 곳곳에서 맛보는 독특한 커피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그 발자취를 따라가는 저자의 열정은 읽는 사람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흥미를 선사한다.

  어떤 책이든 저자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직접 체험만큼 값진 결과를 낳는 것은 없다. 한 군데 머물러 안온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일생의 꿈인 사람이라면 저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고 전 세계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살아가는 사람의 유목적 글쓰기는 생생한 현장감을 무기로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읽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들이키며 늦은 시간까지 킬킬거리던 지난 월요일. 수많은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 혼자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멍한 눈길로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우리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피와 카페. 또 다시 월요일은 시작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한다. 어느 커피광처럼 5대륙을 누비며 커피를 따라 여행할 수는 없지만 ‘커피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잠시 커피를 들고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09091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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