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즐거워지는 사진찍기 일상이 즐거워지는 시리즈 1
최정호 지음 / 홀로그램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전문가가 찍은 훌륭한 작품 사진은 여러 사람을 감동시킨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찍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은 스스로를 감동시킨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찍고 내가 행복한 사진. 가끔은 덤으로 내 주위의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감동시키는 그런 사진. 그 정도면 내가 사진기를 든 보답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 곁에 사진기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이제 그 행복을 당신이 느껴볼 차례다.

  ‘사진은 평범한 일상도 특별한 순간으로 재구성한다’는 저자의 말은 일상에서 우리가 찍는 사진의 의미를 규정한다. 일상은 평범할수록 빛이 나고 그 평범함은 사진으로 특별한 순간으로 간직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고 사진은 기록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된다. 우리의 일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했던 사람들과 잔잔한 웃음과 찰나의 기억 때문이다. 소중한 일상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일기 혹은 사진으로 남겨진다.

  네이버 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저자의 책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조용하고 순수한 미소를 지닌 최정호위원의 사진들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무엇을 보여주려는 몸짓이 아니라 순간을 기억하고 일상을 즐기기 위한 사진들이다. 그가 찍은 사진이 갖는 특별함은 아마추어의 열정을 넘어 나름의 특별한 시각과 여유를 담아낸다. <일상이 즐거워지는 사진찍기>는 그렇게 사진과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이제 특별한 도구가 아니다. 누구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핸드폰에 대부분 포함된 기능이라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 단순한 기록장치로 볼 수는 없다. 증명사진이나 기록필름이 아닌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희미한 기억을 선명한 추억으로 되살린다.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바쁘고 지루하며 반복적인가 돌아보자.

  오래 된 사진 속의 나를 돌아보면 박제된 시간을 들여다보는 같아 불편하다. 지금의 나와 다른 타인처럼 어색하고 생경하다. 사진은 정지된 순간을 현재화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불연속적인 흐름으로 나열하기도 하고 과거의 기억들을 각색하기도 한다. 사진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소소한 일상을 들춰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일상의 즐거움, 사진의 즐거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찍는 방법과 그 순간의 분위기 그리고 담아내고 싶었던 의도를 말해준다.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입문서가 될 것이고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진의 재미와 찍고 싶은 마음을 선물한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하는 저자의 목소리도 듣기 좋고 그가 찍은 사진과 설명은 더욱 보기 좋다.

  집에 오래된 카메라가 있거나 최신형 카메라를 사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사진의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일곱 개의 파트로 나눠져있다. 인물, 동물/식물, 풍경, 도시, 하늘/구름, 사물, 접사로 나뉘어 피사체에 따라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고 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앵글의 조화는 사진만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사진은 무엇을 담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사진들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우선 피사체를 자세히 관찰하고 프레임과 빛을 생각하며 앵글과 효과를 감안하기 때문에 한 장, 한 장이 모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반복적 자극에 무감하다. 하지만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즐거움과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순간들을 사진을 통해 정지시켜보자. 나만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사진기를 통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재미는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포착한 순간들이 내 삶을 말해준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다.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사진이다. 사진기로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보자. 그렇게 찍은 사진은 피사체가 아니라 바로 나를 담은 사진이 된다.


090909-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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