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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3년 2월
평점 :
인류의 조상은 왜 두 발로 걸었을까? 인간 진화의 주역은 남성 사냥꾼인가, 여성 채집가인가? 백인은 가장 진화된 인종일까? 일부일처제가 가장 합리적인 결혼제도일까? 인종, 종족 그리고 민족이란 무엇인가? 왜 먹고 살만큼만 일하면 안 되나? 종교는 정치에 어떻게 이용되었을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수많은 질문들 중에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인류학자다. 쉽게 말해서 문화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습관을 가리킨다. 종족마다 생각이 다르고 지역마다 생활습관이 전혀 다르다. 문화에는 우열은 없으며 차이만 있을 뿐이다. 차별과 차이가 다르다. 우리 혹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문화를 우습게 보는 것은 정말 우스운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고리타분한 ‘인류학’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류학은 흥미진진한 분야다.
21세기의 한국인을 위한 ‘문화인류학’ 입문서를 지향한다는 취지아래 여러 명의 인류학자가 공동 작업을 해서 펴낸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어떤 학문분야든 이론과 개념에 대한 지루한 설명 그리고 연구 방법론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개론서와 전문서적들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찾아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 생활에서 빈번하게 부딪치는 문제들이나 막연한 호기심을 해결해 준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배운 대로 본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 P. 22
이 책은 14장으로 나누어 문화가 무엇인지부터 인간의 진화, 여성과 남성, 혼인과 가족, 경제, 정치, 차별, 몸, 아름다움, 종교, 역사, 세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문화인류학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어렵고 개념적인 설명을 다룬 책이 아니라 인류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문화의 기원과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 곳곳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우리를 비교한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저절로 답이 나온다. 우리가 생활하는 방식과 사소한 생각의 차이는 모두 사회화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어떠한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다른 문화와 대면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문화적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자신의 삶의 방식이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문화상대주의는 때때로 고통과 혼란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와의 대면은 성장 과정에서 무뎌지거나 억압되었던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과 감수성을 회복시켜 준다. 즉, 자기 문화를 보다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 P. 30
개고기를 먹는다고 우리를 욕하는 프랑스의 여배우나 손으로 밥을 먹는 외국인 노동자를 비웃는 우리들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견 덩어리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상대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나도 인정받기 힘든 것이다.
문화는 집단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마다 풍습이 조금씩 다르듯이 이 넓은 지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상대주의는 단순한 지식과 이해의 수준을 넘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삶의 자세다.
이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문화’라는 동일한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화인류학회에서 공동 작업을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데 빈 말이 아니다.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나 타문화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우리를 낯설게 바라보고 우리의 선택이 최선인지 확인하는 것이 인류학이다. 문화인류학은 다른 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꼼꼼히 살펴보자. 바로 그 안에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또 다른 누군가에 얼마나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질까 생각해보자.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고 다양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읽히고 싶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의 경험 세계의 차이를 꼼꼼하게 되짚어 보는 훈련은 인류학자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 P. 291
09082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