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간에 시읽기 1 문학시간에 읽기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나라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


  괄호를 채워보자. 쉽고 감동적인 시가 시 읽기의 출발이다. 시는 상상력의 출발이고 감동의 시작이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가슴으로 전달된다. 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칠판에 적어놓고 빈 칸을 나름대로 채워보라고 하면 다양한 말들이 쏟아진다.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 사물과 사람 그리고 세계에 대한 작가의 인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을 뿐이다.

  시를 보면 일단 분석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어느 고 3 학생의 말은 시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즐겁고 재미있게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말보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상을 즐겨야 한다. 위의 시는 『국어시간에 시 읽기』3권에 수록되어 있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이다. 시인은 ‘너도 그렇다’는 말로 이 시를 마무리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러운 ‘너’는 풀꽃일 수도 있지만 이 시를 읽는 사람 모두가 될 수도 있다. 시는 이렇게 하나의 의미로 규정되지 않고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시는 재미있고 즐거운 상상이어야 한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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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 넣는다

- 박세현, 『문학시간에 시 읽기 2』


  박세현의 ‘행복’은 나태주의 ‘풀꽃’처럼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끔찍한 뉴스들을 생각해 보면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시인은 특별한 뉴스가 없는 시대를 ‘행복’이라고 말한다. 행복의 의미와 사회 현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다. 이렇게 시를 즐길 수 있으려면 수업시간에 ‘외우고 풀어야 할 시’라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한다. ‘느끼고 즐기는 시’가 되지 않으면 시를 감상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시를 만나도 두렵지 않고 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즐기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한다. 참고서에 적힌 다른 사람의 해석을 외우는 방법은 평생 시와 멀어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문학시간에 시 읽기1~3』은 전국의 국어 선생님들이 가려 뽑은 시들을 ‘나’, ‘사회현실’, ‘자연’이라는 큰 주제로 엮은 책이다. 어려지 않게 읽히고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는 시부터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시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시든 정확한 단어의 뜻을 알고 문장을 이해해야 한다. 스스로 전체적인 의미와 화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다면 시는 지겹고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학생들에게 직접 읽혀보고 뽑은 시들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생각해볼 거리’가 있어서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 시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시 읽기의 즐거움은 언어적 감수성을 높여주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한다.


09082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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