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심리학 -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치유
토니 험프리스 지음, 안기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선생님’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겸손해져야 한다. 무지의 상태에서 앎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먼저 살았던 사람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닐까? 교사는 많지만 스승은 찾기 힘들다는 말들을 쉽게 한다. 여기서 교사는 단순하게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고 스승은 깨달음을 준 존경의 대상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교사와 학생은 많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아득하기만 하다.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가리켜 21세기의 완전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말의 함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한 인간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기준과 해석을 달리하면 교사나 스승이나 그저 평범한 범부일 뿐이다. 다만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교사가 될 수도 스승이 될 수도 있다.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래포(rapport)가 형성된 후에야 관계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이며 지식 너머의 전 인격적 합일과 동화가 이루어진다. 가르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스승이 될 수 없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 되고 학생들의 인격과 인권 또한 교사의 그것과 똑같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스승과 제자 사이가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기란 좀체로 힘들다. 학생들은 발달 단계나 성장과정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관심을 가진다. 심리적 태도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역할과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다양한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그래서 토니 험프리스의 <선생님의 심리학>은 눈에 띠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치유’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예상 독자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 상황과 심리상태를 교사에 맞추고 있다. 학생, 동료, 관리자와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와 그때 느끼는 심리상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관한 조언과 충고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철밥통’으로 불린다. 일반인들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갈등과 긴장을 짐작하지 못한다. 일부 타성에 젖은 교사들로 인해 불신 받는 전체 교사들은 대한민국 전체 교사들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교사들은 행복할까? 이 책에서 말하는 ‘선생님은 왜 스트레스를 받는가, 자부심이 높은 선생님은 흔들리지 않는다, 교무실에서 즐거운 선생님 되기’ 등 각 장의 제목은 매력적이다. 그 원인을 진단하는 저자는 직접 중등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수많은 교사들의 심리치료를 통해 쌓은 해결방안까지 제시한다.

  결국 선생님과 학생을 위한 치유의 심리학은 관점과 관계의 문제로 요약된다. 저자는 부적응 행동이 언제나 옳다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한국의 교육환경은 나름의 독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문화가 다른 서양의 관점이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근대 이후 탄생한 ‘학교’라는 공간과 교사, 학생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명의 교사가 40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수업과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업무는 학교 환경 자체의 한계를 말해준다. 그 속에서 교사 자부심을 갖고 거의 완전한 인격체가 되어 어떤 종류의 학생이든 맞춤식 교육과 상담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학교가 불행한 곳만은 아니다.

  꿈꾸는 아이들과 그들이 믿는 선생님이 존재하는 한 희망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행복한 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때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매우 힘겨운 삶이다. 업무 곤란도와 스트레스의 정도를 명시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심리적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갖는 데서 교육 문제를 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바라는 원만한 학교는 가능한가? 저자는 효과적인 학교, 효과적인 지도자, 시스템에 대해 제안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공허한 울림으로 들린다. 하지만 철저하게 교사들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책으로 읽혀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들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행동지침으로 여겨할 내용들이 각 장마다 조목조목 항목화 되어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내용들이다.

  교육은 가치 중립적인가?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가치 지향적인 인간이 어떻게 가치 중립적 태도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교육의 방법과 교사의 태도를 넘어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교사가 겪는 심리치료용 도서로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원인과 제도적 모순들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저자의 몇 가지 이야기는 귀담아 듣고 새겨두어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당신은 누군가의 선생님이고 당신 아이들의 영원한 선생님이므로.

교실에서 선생님의 부적절한 행동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

- 학생들에게 소리 지른다.
- 학생들에게 명령하고, 학생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 통제의 수단으로 야유하고 빈정거린다.
- 학생들을 비웃고, 꾸짖고, 비난한다.
- 학생들에게 ‘어리석다’, ‘둔하다’, ‘약하다’, ‘게으르다’ 등의 꼬리표를 붙인다.
- 신체적으로 학생들을 위협한다.
- 학생들을 떠민다.
- 학생에게 폭력적이다.
- 학생을 서로 비교한다.
- 일부 학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 눈에 띄게 총애하는 학생이 있다.
-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
- 학생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 지나치게 엄격하다.
-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짜증을 낸다.
-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
- 학생들이 공부를 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 학생들에게 어떤 애정도 느끼지 않는다.
- 실수와 실패를 처벌한다.
- 학생이 학업에 어려움을 느껴도 도와주지 않는다.
- 실수를 해도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
- 학생에게 공손하게 말하지도, 감사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 문제 행동에 대해 일관성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

수업에 대한 선생님의 태도

- 시간을 낭비한다.
- 수업을 흥미롭게 진행하지 않는다.
- 수업 준비를 하지 않는다.
- 수업 시간 중간에 교실을 나간다.
- 지난 시간 수업내용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을 배려하지 않고 다음 수업을 진행한다.
- 학생 중심이 아닌 프로그램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선생님 자신의 정서적 상태

- 자주 화를 내고 우울하다.
- 가르치는 일을 싫어한다.
- 자신의 교수 능력을 의심한다.
- 학급 통제권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 동료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걱정한다.
- 학생이 자신을 좋아해주길 바란다.
- 자부심이 낮다.
- 학생을 무서워한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긍정적인 행동 점검목록

1. 각 학생과 조건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2. 자부심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한다.
3. 사람과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4. 학습이 능력의 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5. 성공과 실패가 상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
6. 실수와 실패를 학습 기회로 사용한다.
7. 성과보다는 노력을 강조한다.
8. 학습은 긍정적인 관련성만을 갖는다고 확신한다.
9. 자신의 필요를 학생에게 투사하지 않는다.
10. 학생의 문제 행동을, 선생님에 대해서가 아닌 학생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11. 항상 차분하고 긴장을 푼 상태를 유지한다.
12. 모든 학생에 대한 반응이 공정하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다.
13. 학생들을 자주 칭찬하고 격려한다.
14. 학생을 통해 드러나는 대처하기 힘든 문제에 긍정적이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15. 모든 입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16. 수업 준비를 잘 한다.
17. 학생에게 명령하지 않고 요청한다.
18.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19.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학생과 갈등을 빚지 않는다.
20. 언제 도움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09062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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