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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 - 상처 입은 젊은 영혼들과의 대화
김성수 지음 / 글누림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쓰는 행위는 영혼의 내밀한 고백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작은 액정 화면 안에 채울 수 있는 80바이트. 그 안에 배려와 사랑, 안타까움과 공감, 분노와 고민을 집어넣는다.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문자를 보내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소리없는 대화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소통 행위를 넘어 글을 쓰는 행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편지가 사라지고 이메일이 보편화되었다 하더라도 방법이 바뀌었을 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자신의 감정을 옮기는 행위가 그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글을 쓰며 살아간다.
물론 글을 쓰는 목적과 방법은 제각각이다. 개인적인 의사소통과 감정 전달의 수단으로서 글쓰기가 있고 업무를 처리하거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사회적인 글쓰기가 있다. 보고서나 논문, 기획서 등 형식이 우선시 되는 글쓰기가 있고 편지나 수필처럼 자유로운 글쓰기가 있다. 또한 사설이나 칼럼 등 주장이나 설득을 담아내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쓰기가 있고 자신의 감정이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문학적인 글쓰기가 있다. 기준과 목적, 방법에 따라 글의 종류는 다양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
어떤 글쓰기든 우리는 평생 쓰지 않을 수 없으며 쓰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없다. 인식하지 못하고 의식하지 않으며 살아갈 뿐이다. 연인에게 전하는 짧은 편지나 애틋한 문자 한통이 어떤 소중한 글보다 감동적일 때가 있고 운명을 뒤바꿀 때가 있다. 지식인의 한 줄의 글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도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금언이 아직까지 통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글을 쓸 때 어떻게 쓸 것인가. 정답이 제시되지 않는 질문은 답답할 뿐이다. 글쓰기에도 정답이 있는 것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해 다양한 방법과 견해를 제시하지만 그것을 따라하고 배워서 글을 잘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있다. 꾸준한 훈련과 습작을 통해 향상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의 대화이며 가장 진솔한 고백이다. 여기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프랑켄슈타인과의 대화. 그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출발한다.
김성수의 <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는 ‘상처입은 젊은 영호들과의 대화’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대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과정과 경험과 결과들을 담아낸 책이다. 스무살을 갓 넘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대학생들에게 글쓰기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철저하게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어야 한다. 중, 고등학교에서 아무리 철저하게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에 길들여졌다 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과 세상은 난감하기만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썼다. 1부가 가위손의 글쓰기, 2부가 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다. 1부는 글을 쓰는 가장 기초적인 자세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쓴다는 것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영혼을 담아 글을 써야 하며 읽는 사람을 배려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조차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실제 사례와 더불어 소개되어 있다.
2부에서는 사례 중심의 글들을 보여준다.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중심으로 자화상을 그려보고 고통을 치유하며 비판적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한가 보여준다. 홍세화의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이란 칼럼을 통해 현재 대학생의 모습과 생각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대학생들과 소통하고 댓글을 통해 타인의 생각을 공유한다. 글쓰기는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며 연필로 종이에만 글을 쓴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일상적인 행위로서 글쓰기는 생활이며 삶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이제 글쓰기의 대중화는 선언적 의미를 뛰어넘게 된다. 아무도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매일 글을 쓰며 소통하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글의 내용과 질에 있다. 사적인 행위로서 최소한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글쓰기는 나름의 문법과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나름의 노하우를 담아내고 있지만 일반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나 글쓰기 자체가 특별한 능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고 위대한 글쓰기의 첫걸음이라는 가장 보편적 진리를 확인하고 나면 나머지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문장을 다듬고 내용을 가다듬고 논리적인 흐름을 생각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는 것은 쓰면서 익히게 되는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만의 견해나 관점을 가지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이 책은 필요 없다. 수많은 글쓰기 책들 중에 하나가 될 것인지, 내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모두에게 권할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도 자신과의 대화에 몰두하고 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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