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론 -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4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4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삶이란 지혜를 얻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많은 현인들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하고 나의 경험과 간접 체험을 통해 세상에 조금 눈을 뜨기도 한다. 나와 관계맺은 수많은 사람들을 돌아보면 산다는 일이 무엇인지 작지만 큰 정답을 주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맺는 관계 양상에 따라 자신의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으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는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복잡한 현대사회의 네트워크 속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관계들은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며 그 관계들을 통해 나를 알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지혜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을 흘려보내기도 하며 강물처럼 고요한 무념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나의 지식을 얻게 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거나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앎은 지혜를 위한 전제일 뿐 필수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삶의 지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깨닫거나 세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지혜는 지식과 다르다. 배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지식이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까? 한 번 뿐인 인생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내가 판단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규정한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과 행동의 판단 기준이며 이것을 삶의 지혜이자 자아 정체성이라 부른다. 어떤 말로 표현하든지 그것은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개인적 특성이며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이다.

  애정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랑받고 존경받으면 좋지만, 존경을 잃지 않으려고 유별나게 애쓰거나 사랑받으려고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된다. 사랑은 증오보다 대담하고, 애착은 외경심보다 뻔뻔하다.
  사람은 결혼으로 과도하게 사랑받을 위험을 떠안게 된다. 애정이 깊어지면 정의는 약해져 간다. 도를 지나친 행동은 멸시의 근원이다.
  애정의 깊이가 아니라 올바른 이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추구해야 할 사랑이다. - P. 266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대표적 저술가인 동시에 예수회 수사였다. 성직자의 이야기라서 금욕적이거나 이상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종교적인 내용이나 종교적 관점에서 인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 책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둔 채 객관적 시각으로 사람들의 관계와 생을 바라보는 혜안을 가진 노인의 이야기로 가득한 책으로 읽힌다.

  인간관계에 대하여, 교섭에 대하여, 대화에 대하여, 지성에 대하여, 자기자신에 대하여, 재능에 대하여, 성공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등 일곱가지 주제를 잠언 형식으로 간략하게 적고 있다. 인생에 관한 240가지 충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글 속에서 저자의 지혜와 깊은 성찰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있다.

  단 한 줄의 제목을 먼저 선언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마음에 새겨둘 말은 한 줄로 요약된다. 다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는 데는 몇 줄의 문장만으로 힘이 들 것 같다. 실제 생활이나 상황에서 경험했다면 쉽게 공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언적 의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핵심에 다가간다

  사물의 중심에 있고자 하지만 부질없이 주변만 서성거리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 핵심을 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중요한 부분을 똑바로 마주하고 주의를 집중시키자. - P. 116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충고와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이 있다. 어떤 책을 만나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몰라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달라질 준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맞는 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책과 방법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 길을 걷기 위한 자기 변명과 변명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끔 열린 마음으로 선인들의 삶을 돌아보라. 사회,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서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일반론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삶의 지혜는 불변의 진리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시간 앞에 무용한 충고는 아니다. 변함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가르침은 우리를 다시 한 번 겸손한 배움의 길로 인도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가르시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내일의 고단함을 기댈 시원한 냉수 한 잔과 만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인들을 끊임없이 자기계발의 신화 속에 몰아넣고 있는 책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지혜론>의 지혜를 찾아보자. 한 마디쯤 건져 올려 지금 바로 당신의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0905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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