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 9색 청소년에게 말걸기 - 생각하라 경험하라 반응하라
김용규 외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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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이라 명명된 나이의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일은 힘들다. 단순한 나이 차이 때문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상황과 입장이 다르고 성장과정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다. 세대 간 소통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항상 희망을 건다고 말한다. 그들이 우리들의 미래이기 때문이지만 기대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기성세대들은 미래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정작 그들의 밝은 미래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반면에 청소년들 입장에서는 대부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길들여지고 있으며 국영수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를 깨뜨리기 힘들다. 일단 대학에 입학하거나 졸업 후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거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 늦다.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세상을 알아가며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내가 살아가야할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9인 9색 청소년에게 말걸기>는 여러모로 얄팍하지만 필요한 책이다. 우선 두께가 얄팍하고 내용과 깊이가 얄팍하다. 반면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재미와 무관한 내용이기 때문임을 감안할 때 적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른보다 바쁜 청소년들에게 잠시 짬을 내어 읽어보도록 권할 만큼 적당한 분량이다. 이렇게 작은 시도들이 거듭되고 한두 번씩 고민의 단초를 제공하고 생각을 자극하는 일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도 중요했으리라 짐작된다. 검증된 저자들을 통해 안전하게 기획되었고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지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읽힐지 모르겠다. 당장의 점수도 중요하다. 대입제도 개선 없이는 초중고의 공교육은 개선될 수 없고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거나 끊임없는 경쟁 구도 속에 아이들을 마냥 밀어 넣을 수만은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런 종류의 책들은 청소년들에게 자꾸 읽혀야겠다.

  철학, 인권, 과학, 고전, 가치관, 환경, 독서, 여성, 문화라는 아홉 가지 주제를 김용규, 박홍규, 김동광, 정민, 안철수, 안철환, 이권우, 권인숙, 김동식이 풀어냈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고 뚜렷한 신념을 지니고 있는 저자들은 해당 분야에 관해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왜 필요한지 무엇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 책은 입문서에 불과하다. 지독하게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책으로 보인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나 읽는다 해도 소설 이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한 책이다. 길쭉한 판형과 간단한 삽화로 지루함을 덜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고육지책이라도 좋으니 이런 시도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고 기성세대들도 필요성을 절식하게 인식했으면 좋겠다.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손놓고 현실주의자로만 살아갈 수도 없다. 보다 나은 미래와 희망을 제시하고 다양성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들의 거울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행태와 생각을 보고 배운대로 자신들의 행동과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청소년들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회, 자연 환경은 고스란히 미래의 후손들에게 돌아간다. 반성적 차원에서 기성세대의 고백도 필요하고 그들이 알아야 할 과거도 소개해야 한다.

  어른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충고와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시대에 청소년들에게 스승이나 선배로서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자. 주체적 인간으로 가치관을 세우고 지혜를 쌓는 일이 지식의 양을 늘리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대입 중심의 교육제도 안에 통조림처럼 밀어 넣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의 인생을 깎고 다듬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들의 꿈과 분노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이 우선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을 들려주고 삶의 지혜를 후배들에게 전해 주는 일, 그것이 선배들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비판 정신을 소유한 어른들을 소개해 주는 일이라고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모쪼록 훌륭한 아홉 명의 인생 선배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고 생각의 화두를 하나씩 얻어갈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청소년들은 그들에게서 보다 넓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받고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생각의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길들이기’가 왜 위험한 것인지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반성도 해보고 비판도 해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끝없는 보살핌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생각을 재단하고 하나의 틀 속에 가두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어른들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른들부터 읽고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실천하지 않으면서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0802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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