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콘서트 2 철학 콘서트 2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의식은 보수적이다. 젊은 날 한번 익힌 사유와 가치의 체계는 평생 간다. 보수적인 당파의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인사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그러하다. 한번 지어놓은 사유의 집을 부수어버리고, 그 폐허의 자리에 새로운 사유의 집을 짓는 일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특정의 사유 체계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지독한 두려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 그가 곧 철학자다. - P. 113

  우리가 철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다. 철학을 한다는 말은 의미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철학한다는 것은 앎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이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을 말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철학은 어렵고 머리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은 용어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다. 개념을 이해하고 사유 과정을 통해 철학의 방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철학사에 관한 지식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에 갇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다. 모든 학문의 아버지인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스승 플라톤의 차이를 안다고 해서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앎의 태도와 방법은 그 연원을 밝혀 알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사고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 속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인류의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들을 더듬다보면 반드시 철학자들과 만나게 된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찾아내지만 그 바탕에는 반드시 생각하는 힘이 전제되어 있다. 생각하는 방법, 생각의 대상,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삶 등 우리는 여전히 2500여 년 전의 철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지식의 범위와 크기가 조금 커졌을 뿐이다. 다람쥐의 쳇바퀴처럼 비슷한 일상과 생활 환경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만 관심을 가지며 살아간다.

  철학은 단순하게 말하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정신이든 물질이든, 사람이든 자연이든 사회든. 돈에 소외되어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불행한 현실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고민과 몸부림은 계속된다. 누구나.

  안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해 왔는지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학교는 여전히 헤게모니를 장악한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억압과 구속의 습속을 철저하게 길들이고 있다. 일제고사를 부활시켜 전 국민을 한 줄로 세워 등급과 계층을 고착화하고 내면화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괴감과 좌절감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위치를 인정한다. 입시가 끝나고 학교 정문에 내걸린 부끄러운 현수막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모든 졸업생은 행복하지 못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공식을 암기하며 김소월 시의 특징을 정리한 참고서를 통해서만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얼마나 불행한가. 교육의 방법과 목적과 방향에 대해 개떼처럼 떠들어대지만 현실은 완고하다. 결과는 참담하다. 점점 불행지며 점점 억압되고 점점 길들여진다. 모두 순종하라, 모두 한 줄로 서라, 20을 위해 80은 희생하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 모두 공부만 해라. 수능 성적이 계급이다. 대학 간판이 평생을 좌우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돈이 최고다.

지식은 인류 사회 전체에 이득을 준다. 물질적 자산은 남에게 주면 줄어드나 무형의 지적 자산은 남에게 준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부와 권력은 유한하나 지식은 무한하다. 육체는 죽지만 지식은 영원하다. 지식의 기본은 타인을 배려하는 데 있다.(피타고라스) - P. 27

  피타고라스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 통탄할 일이다. 황광우의 <철학콘서트 2>는 이렇게 시작한다. 수학책에서 이름을 얻어 들은 피타고라스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의 관점이 훌륭하다. 단순히 철학적 지식을 씹어 뱉어주는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이 아니다. 피타고라스부터 공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노력들을 점검한다. 그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한 권의 책에서 10명을 다루다 보니 <철학콘서트>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약점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관되게 인류의 역사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없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 이 책은 몸만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철학 입문, 교양서로 손색이 없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중요한 것은 생각의 방향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이다. 순종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학교에서 가르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은 유의해야겠다. 그것이 길이요, 진리요, 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책들이 더 많이 읽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대상이 인간이건 자연이건, 영웅은 투쟁한다. 그리고 정복한다. 투쟁과 정복, 그 이면에 있는 부정negation의 정신, 이것이 서양인의 정신적 특질의 원형이 아닐까?
…… 불의 앞에서는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저항하라. 저항 정신은 자유인의 권리이자 덕목이다. - P. 37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가르침이 사실은 거짓이다. 영웅이 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저항할 줄 모르고 비판 정신이 없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노예와 같은 삶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철학자들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다. 그대로 살 순 없다. 적어도 그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며 그러한 삶이 어떤 삶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철학자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주저에 대한 해석과 영향을 밝히고 있다. 더 좋은 태도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저서를 직접 만나는 일이다. 메모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겠다. 제목이야 어떠하든 철학은 우리의 삶에 등대처럼 오롯한 불을 밝혀 주기를. 평생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행복을 찾고 싶다면 왜 사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즐거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물론 철학자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다. 주변에는 이미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학문적 업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정 행복한 삶과 즐거움을 찾고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배움은 어디에나 있고 책은 최후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저자가 말한대로 내게는 책은 참 희한한 물건이다. 그래서 또 다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물론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꿈을 꾸며.

책이란 희한한 물건이다. 사람의 뇌에서 이상한 전류가 흘러, 그 전류가 사람의 손끝에서 글자로 바뀌고, 글자들이 모여 인간의 감정과 사상을 담아낸다. 책이란 정신의 물질화다. 알라딘이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듯, 우리는 책이라는 독특한 물건을 타고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 여행을 즐긴다. - P. 235


09022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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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전, 혹은 혁명 revolution [철학콘서트 2권]
    from 사필귀정 2010-08-16 01:53 
    혁명revolution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믿는다. 그런데 정작 영어 단어 revolution의 유래는 잘 몰랐다. 그 유명한 코페르니쿠스가 꺼낸 말이었구나. 책을 보고나서 알았다. 언론이며 광고에서 발상의 전환이니, 생각을 뒤집니 하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라는 말을 상용어구 처럼 사용해서, 뭔가 흔하다고 생각했나보다. 흔하디 흔한(?) 위대한 과학자. 그러니까, 대단하다는 의식이 보편적이라서 오히려 나의 의식은 이 대단한 코페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