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물음은 어떤 지식이 참이냐 하는 물음이 아니라, 어떤 지식이 어떤 상황에서 유용하냐 하는 것이다. - P. 15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와 규범을 넘어서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실용주의자가 꿈꾸는 다원주의 사회는 이런 상상력이 억압되지 않고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는 사회이다. - P. 19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개선시키는 것을 지식의 목표로 간주하는 실용주의자들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태생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에게 진보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구현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극복해 나가는 실천의 문제이다. - P. 49

실용주의 철학자들은 전체적으로 사고하고, 경계를 넘어서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수위 취업이 잘되는 실용적인 학과와 과목만으로 커리큘럼을 채우는 대학은 역설적이게도 실용주의적인 정신을 죽이게 될 것이다. - P. 83

실용주의적인 지식이란 현실에 순응해서 돈벌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처한 한계에 도전하면서,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창조적인 지식을 말하는 것이다. 대학이 실용주의적인 지식인을 키우고자 한다면, 단편적인 지식이나 기능을 숙달한 직업적 전문가를 키울 것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문제해결능력을 습득한 실천적인 지혜를 갖춘 전문적인(all purpose) 지식인을 길러 내야 할 것이다. - P. 86

실용주의자가 꿈꾸는 사회는 황금만능주의 사회, 경제지상주의 사회가 아니라 각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추구할 자유가 보장되는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이다. - P. 88

  만약에 한국이 제국주의적인 신자유주의에 순응함으로써 새로운 계급제도를 고착화시킨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라고 부를 나라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실용주의는 한계에 직면해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내자고 하는 철학이다. 이러한 과제를 위해서는 자율적이며, 창조적이고, 관용적인 사회 구성원들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 실용주의적인 교육은 경제적인 실리만을 추구하는 직업적인 전문가를 키우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실용주의자들은 교육을 통해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한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민주주의적인 시민을 길러 내야 한다. 교육은 가진 자들의 출세수단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서 실용주의는 특정한 계층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인 슬로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실용주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국면이 제기하고 있는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질서에 맞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위한 구호가 되어야 한다. - P.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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