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가르치는 기술
야스코치 테츠야 지음, 최대현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구름 위에서 내려다는 설경은 기막히다. 환경과 개발에 대한 저항감에도 불구하고 겨울만 되면 여전히 스키를 버릴 수가 없다. 신념과 다르게 행동하는 겨울 스포츠 스키. 벌써 10년이 넘어버린 ‘미친스키’ 때문에 겨울을 많이 기다리기도 했다. 스피드와 테크닉을 모두 극복해야 스키의 즐거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이 단계별 훈련과 상위 기술 습득의 열망이 없으면 스키는 그저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따분한 운동이 된다. 스키의 즐거움은 기술 향상뿐만 아니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장엄함이다. 인위적으로 기계의 힘을 빌려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갈 수밖에 없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경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처음 스키를 가르쳐 준 분은 선수 출신이었고 카빙스키가 막 보급될 무렵이었지만 노말 스키와 카빙 스키의 차이점은 물론 기본자세와 원리를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물론 쉽고 재미있게 말이다. 다른 분한테 스키를 처음 배웠어도 내가 스키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그러다 이번에서 만난 분이 10년 전 그분처럼 티칭 테크닉이 뛰어난 분이었다.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그 원리와 문제점을 정확하게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전문가는 아름답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의 매년 스키 캠프에 참가한다. 조금 더 잘 타기 위해 강습을 목적으로 캠프에 참가한다. 어떤 연수든 강연이든 배움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스키 강사를 예로 들면 먼저 방법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인다. 스키를 잘 못 타는 강사는 없다. 하지만 배우는 사람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설명은 책이나 다른 방법으로도 알 수 있고 시범은 지겹게 볼 수 있다. 시즌 전에 비디오 매체를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도 한다. 굳이 강사가 필요가 없는 부분들이다. 문제는 그것이 잘 안 되는 이유다. 잘 안될 때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다양한 개별적 문제들을 정확하게 지적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지만 초보자가 아니라면 원 포인트 레슨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단 하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그것을 찾아주고 개선 방법을 가르쳐 주는 강사야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얼마나 스키를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쉽게 가르치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해나가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상사는 부하에게, 장교는 병사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고수는 하수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르치고 또 배운다. 가장 확실하게 공부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보다 쉽고 정확하게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고 단시간 안에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배우는 사람은 보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배우려고 한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해시켜주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선 배우는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글을 쓸 때 예상 독자가 중요하듯이 말이다. 일본인 야스코치 테츠야는 이 책을 통해 20여년간 쌓아 온 티칭 테크닉을 말한다.

  누구나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그것은 특별한 기술이 된다. 저자는 대학생부터 시작한 학원 강사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영어를 가르치며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력의 결과물 그리고 유명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자세하게 적고 있다. 그의 티칭 테크닉을 찬찬이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히 테크닉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누구든 무엇이든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다섯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학자, 배우, 예언자, 엔터네이너, 의사가 그것이다. 공부하기보다 가르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건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스타일이 있고 장점이 있겠지만 골고루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배우는 사람은 고통스럽다. 내가 배웠던 수많은 선생님들을 돌이켜 보았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 운동을 가르쳐 주었던 코치들을 포함해서 무언가 가르침을 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 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잘 가르치는 사람일수록 쉽게 가르친다는 말에 가장 깊이 공감했다. 먼저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배우는 사람의 유형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르치는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깊이 와 닿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인차가 존재하고 대상과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고 재밌게 가르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경험담들이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무언가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야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생존을 위해 가장 본능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 책은 일반화시킬 수 없는 내용과 특수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읽어야겠다. 나는 오늘 또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쳤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돌아본다.


09012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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