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 -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정상적인 사람들, 그들을 갑자기 돌변하게 만드는 마음 속의 숨겨진 욕구 5가지
데이비드 와이너.길버트 헤프터 지음, 김경숙.민승남 옮김 / 사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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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들의 가슴 속엔 아이히만이 숨어산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보면서 나는 ‘악의 평범성’이란 말에 동의하고 말았다. 숨 쉬는 공기처럼 보편적인 이드는 에고를 지배한다. 끊임없이 길들여지고 교육받고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지만 단 한 순간도 우리는 ‘비정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평생 동안 실수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순간순간 질서와 규칙에서 벗어나고 상식에 어긋난 생각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을까?

  기준이 모호하지만 우리가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사회적 합의나 다수가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났다는 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성적 판단이나 신념에 의해 행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 사람이 평소에 보이던 행동이나 생각에서 벗어나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지나고 나면 본인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모르는 행동의 원인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다면 <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는 몇 가지 예시 답안을 제공해 줄 것이다.

  사람들은 환경과 유전으로 나누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아직도 논쟁중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 줄 수가 없다. 여전히 교육과 환경에 따라 인간은 만들어지는 존재이기도 하고, 유전적인 특성과 본능을 어쩌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래 태어나는 부분과 만들어지는 부분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이란 존재, 특히 그 존재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행동을 지배하는 뇌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그 영역의 특성들에 대해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비밀이 밝혀지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살펴보는 일은 <털없는 원숭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성선설과 성악설 그리고 백지설 사이에서 헤매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사회화 과정이나 교육을 통해 본능적 자아의 욕망들을 억압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질서와 규칙들을 내면화한다. 이 과정에서 성격과 삶의 가치가 내면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드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때때로 에고의 통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 파충류의 뇌에서 변연계가 발달하고 다시 신피질이 둘러싸는 과정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 변연계의 욕구는 쉽게 억제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말도 안되는 생각과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누가 보아도 겉으론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돌변하는 이유를 찾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즉 ‘원시적인 뇌’인 변연계와 ‘이성적인 뇌’인 신피질의 치열한 접전은 생존 기간 내내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싸움을 벌인다. 고집스럽고, 완고하고 원시적인 ‘이너 더미inner dummy'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이너 더미의 존재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 숨겨진 다섯 가지 욕구는 권력, 영역, 성, 애착, 생존에 대한 것이다. 각각의 욕구가 어떻게 발현되며 이것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1단계에서 10단계까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단계를 측정할 수 있는 설문지를 제공하는 것도 흥미롭다.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욕구 단계별 특성을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욕구가 어느 정도의 단계인지 알 수 있다. 단순한 심리 테스트와 달리 변연계에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 욕구들이 어떻게 실생활에서 드러나는지 어떻게 충돌하는지 살펴보고 욕구의 형성 과정을 돌아보며 분노와 복수, 정신적 벌에 대해서 알아본다. 문제는 우리 안의 이너 더미를 치유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저자는 이 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비이성적인 관점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자아를 방어하고 관점을 바꾸는 방법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의 공동 집필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들을 정확한 분석과 이론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원제목은 ‘Battling the Inner Dummy: The Craziness of Apparently Normal People'이다. 주목받기 위해 흥미로운 제목을 달았지만 원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다양한 심리학 서적 속에서 진지하게 성찰할 만하다.

  순간순간 변연계의 본능적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사람들, 단 한 번의 믿지 못할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사람들, 마음속의 숨겨진 욕구들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그 치유 방법까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08120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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