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다’라는 동경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평등과 자유가 가치가 실현된 복지 국가로 정의를 위해서만 주먹질을 하는 착한 나라 미국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스스로에게 묻지만 답을 구하기 모호하다. 공교육 기관을 통해 전해진 지식 속에는 분명 미국은 우방이며 6.25전쟁에서 한국을 구해 준 고마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아 아직도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어쩌면 미국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노른자위 땅 용산. 배산임수의 기막힌 자리에는 2008년 현재 아직도 미군이 자리 잡고 있다. 철수가 확정되었지만 철수비용을 둘러싼 소음과 잡음은 끊이질 않고 미군철수 문제나 SOFA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미국은 과연 대한민국의 친구일까?

  자선사업가도 날개 없는 천사도 아닌 미국에 대한 환상은 도대체 언제부터 그리고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단순히 경제적 원조, 무역의존도 때문이었을까? 정치적 민주화때문이었을까? 미군정의 한반도 분할 통치정책과 이승만의 집권은 지구 전체를 상대로 한 미제국의  패권주의 때문은 아니었을까?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논의는 역사가 말해 줄 것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분석과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다. 온정주의와 맹목적 사대주의 모두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유 없는 반미도 문제지만 조선시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에 버금가는 미국 섬기기는 더더욱 문제다. 경제나 군사 분야뿐 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와 학문에서도 미국 위주의 패권은 계속된다. 경계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은 미국이고 한국은 한국이다. 두 눈을 바로 뜨고 미국을 투명하게 바라보자.

  촘스키나 하워드 진이 한국인이라면 아마 오래 전에 국가보안법으로 장기수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추악한 이면과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쏟아낸 그들의 말과 글은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그 성과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단순하게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색다른 시각 정도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이들의 발언에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행동하는 양심이 아니라면 지식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존경받지도 못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넓은 의미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미국이라면 나는 미국을 부러워하고 싶다.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견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열린 가슴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힐러리를 끌어안은 오마바에게 박수를 보낼 일이 아니라 민주당이 집권해도 공화당이 국무장관을 할 수 있는 미국인의 정치 풍토가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일 뿐이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미국 역사를 접근하기 쉽게 접근하고 있는 만화책이다. 그 소통의 수단과 도구는 접근 대상과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에게 혹은 멍청이로 졸업한 성인들에게 미 제국주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관점이 달라지고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는 안다. 한 번 고정된 시각과 뿌리박힌 고정관념은 총보다 무섭다. 죽어도 그것을 바꾸기 어려운 것이 신념인데 그 신념을 깊이 고민하거나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았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서 민족주의 관점에서 나와 국가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이성적 판단 이전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애국적 민족주의는 근대 이후 형성된 가장 두려운 이념이며 개인을 옭죄는 보이지 않는 쇠사슬이다. 그것은 어느 나라 국민이든 소속 국가에게 빚지고 있는 마음의 감옥이다. 자유주의 혹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외쳤지만 원주민인 인디언들 입장에서는 참 어이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무인도를 발견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모르던 땅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그리 큰 일이었을까마는 인디언들에게는 큰일이었다. 400년 쯤 후 1890년 운디드니 학살 사건은 미국의 본질을 보여주는 잔혹함 그 자체였다. 영국의 산업혁명 여파로 미국에도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밀어닥치고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자본의 횡포가 시작된다. 미국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역사이며 노동자 탄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과의 전쟁, 필리핀 침공, 1,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니카라과, 쿠바, 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사의 전쟁에 미국이 빠진 적이 없다. 석유와 산업화를 위한 원료 기지, 군수산업과 긴밀히 연결된 정치인들의 연결고리는 애국주의와 맞물린다. 백인 기독교로 대표되는 미국인과 달리 흑인들의 인권과 자유는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더구나 다른 나라와 다른 민족은 전쟁과 억압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바로 보기 위해서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이면의 숨은 진실을 보아야한다. 삐딱하고 왜곡된 시선은 맹목적인 믿음과 표면적인 현상에 대한 신뢰만큼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아니 왜곡된 사실이나 과장된 사건들에 이념의 옷을 입힐 때는 끔찍한 결과가 찾아온다. 바보가 되어버린 대중은 파시즘에 경도되고 전체주의에 함몰되며 그것을 민주주와 미국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과연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정책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라. 물처럼 투명한 진실이 드러난다. 눈 감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워드 진은 미국의 역사를 통해 미국의 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나간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미국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진짜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역사조차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는 현실에서 미국의 역사를 만화로라도 살펴보자는 말을 하자니 슬픔이 밀려온다.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는 오늘도 안녕하신가? 아니, 검인정제도는 오늘도 안녕하신가? 아니, 공정택에게 불려간 교장들은 오늘도 안녕하신가? 한국보다 미국, 미국보다 한국이 더 걱정이다. 아니, 오십보백보!


08112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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