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론 살림지식총서 246
이종오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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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다.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사람의 영혼을 이해하게 된다. 말보다 글이 더 깊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진다. 사용된 낱말과 문장의 구조 그리고 담고 있는 내용에 따라 글을 이해한다는 것은 글을 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글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아서도 안 된다. 가장 솔직한 영혼의 고백이고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행위가 글쓰기다. 독자는 글을 쓴 사람과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다른 부분을 확인하며 때로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속 깊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도 미진한 부분들까지 들춰내는 글을 만나면 부끄러워진다. 마음의 갈피들을 집어 낸 문장들을 읽다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이런 문학적인 글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고 드러낸 내용보다 그것을 말하는 방식이나 문장의 구조, 사용된 어휘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고 사유의 방식을 설명하는 책들도 마찬가지다. 행간을 건너뛰는 의미가 없다면 책은 컴퓨터를 비롯한 다른 매체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가장 지루한 도구가 될 것이다. 하나의 어휘, 하나의 문장이 이루어내는 의미를 포착하고 단락의 의도를 확인하고 글 전체의 내용을 유추하는 과정은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사고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가 답을 구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독자는 같은 책을 통해서도 가져가는 것이 별로 없을 수 있다.

  동일한 내용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이 문체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흔히 문체라고 하면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글의 형식을 말한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문체라는 것이 쉽게 정의되지도 않거니와 쉽게 파악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문체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이종오의 <문체론>은 의미가 없는 책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부터 출발한 문체론이 갑자기 궁금해진 것은 아니고 그것을 파악하는 방식이 궁금했다. 이 책에서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독자들이 쉽게 적용하거나 누구의 문체가 어떠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장이나 글을 독해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으로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실용적인 분야는 아니다. 학문적인 접근으로 이해하고 대강의 의미를 파악하는 정도로 충분한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의 스타일이나 글의 형식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체론에서 주로 다루는 것이 무엇인지, 그 대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글을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 이론적인 접근이 다소 딱딱하긴 하지만 호기심을 채우는 정도의 관심이라면 충분하다.

  문체론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수사학에서 문체론까지의 간략하게 설명한다. 본격적으로 바이이의 ‘표현 문체론’, 스피제의 ‘관념 문체론’, 리파테르의 ‘구조 문체론’에 대해 살펴본다. 기준과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문체론의 기능과 종류를 살펴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누구의 무슨 이론이든 목적과 방법에 따라 형식적 특성과 기능을 살피면 그만이다. 이론적 고찰과 규명은 글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겠는가.

  타인의 글을 살필 때 그가 사용하는 어휘의 빈도수나 저자의 영혼과 직관을 통해 그 글을 전체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독자들은 내용에 바탕을 두겠으나 감각적으로 저자의 스타일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고스란히 작가나 저자의 개성이며 그것을 문체라고 이해한다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어떤 문체적 특징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문체론은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틀을 제공하기 이전에 글을 쓰는데 있어 하나의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쓰여진 텍스트에 대한 분석과 접근일 수밖에 없는 분야지만 그것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글의 형식적 틀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주마간산으로 읽어 내려가면서 지나치게 약술해 놓은 책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생각하면 오히려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기회가 되면 좀 더 깊이 고찰해 볼 내용이다. 여하튼 글을 쓰는 저자의 영혼의 반영이라는 ‘관념 문체론’에 가장 공감했다. 직관과 통찰은 객관적 사실보다 우선할 때가 많다는 편견이 내 안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나를 표현하는 것은 외모나 목소리가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문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체는 존재를 드러내는 정체성의 다른 이름일까?


08111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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