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18
강원택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곧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다른 말일 것이다. 지배와 피지배 개념으로서 인간의 특징을 정의하는 말일 수도 있고 수평적 개념으로서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수직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말일 수도 있다. 사회적 관계를 정교화하고 법과 제도가 개입되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제도가 정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간은 한 순간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모든 행위가 정치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 생활과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정치인들의 행위를 통해서나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선거 행위를 통해 실제 생활 속에서 우리가 정치인들을 만들어내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참여 행위가 아니라 간접적이고 대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선출된 정치인들의 행위를 굳게 믿어야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생업에 종사하다 보면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왕정이나 군주정을 통해 민주정이 자리를 잡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정치가 멀게만 느껴진다.

  한국 정치의 일천한 역사를 돌아보면 국민들의 참여와 의식은 더욱 소극적이며 수동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당 정치가 자리 잡지 못하는 있는 우리의 현실은 계보 정치나 지역에 기반을 둔 토호 정치가 맹위를 떨쳤고 정책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인물 위주의 정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어떤 정부나 정당이 집권을 해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이 사람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생각보다 권력이며 자본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굳건해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발달해 가면서 한국의 정치는 일대 혁신을 맞이한다. 그 주역은 바로 인터넷이다. 웹 2.0 시대를 맞이하여 바야흐로 한국 정치는 진일보 했으며 그 위험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목소리와 직접 민주정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았다. 인터넷은 이제 우리의 현실 생활은 물론 멀게만 느껴지던 정치까지도 각 가정까지 파고 들었다.

  그 출발은 물론 2002년 대선이었다. 노무현의 당선은 불가능해 보이던 현실 정치의 벽을 넘어 선 축제처럼 여겨졌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노무현의 최대 업적은 ‘당선 그 자체’에 있는 지도 모른다. 월드컵의 열기와 효선, 미선을 위한 촛불 집회를 거쳐 노무현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현상들은 21세기의 새로운 변화를 예감했다. 그것은 참여와 소통 그리고 연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었다. 국민들의 열망과 달리 참여 정부가 보여주었던 실망스러움은 접어두고라도 개혁과 변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2008년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떠하든, 경제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괴물의 모습이 어떠하든 웹 2.0 시대의 한국인들은 과거의 정치 형태와 권력자로서 정치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정치 권력은 ‘시장’이 아니라 ‘시민’에게 넘어 왔다고 믿고 싶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힘이다.

  강원택의 <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는 바로 이러한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서다. 인터넷을 통해 대의민주주의의 단점들이 어떻게 보완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인터넷을 통한 참여의 한계와 문제점들은 당연히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서 웹 2.0에 대한 현재와 미래는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의제 설정의 민주화, ‘대중의 지혜’, 선거와 프로슈머 유권자라는 핵심 개념들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진단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진화를 위해서 법과 제도를 살펴보고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한국 정치는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정치 행위에 참여하는 네티즌의 참여와 선거를 통한 정치 행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정치인들을 욕하고 안주삼아 씹어대지만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는 반성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이 과연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기적 욕망인지 대다수를 위한 방법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때가 많다. 누구나 그렇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정치 지형의 변화를 쉽게 기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곳에도 소수의 활동가와 다수와 눈팅족과 무뇌충의 저항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만 모든 사람들이 질주할 수는 없어도 현재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다. 어쩌면 세상은 소수의 정치인이나 권력가, 자본가에 의해서 굴러간다는 패배의식에서부터 변화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서 있는 여기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과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 한다. 그것이 웹 2.0시대를 열어가는 우리들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까 싶다. 정치는 정치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웹의 영역을 확장하고 즐거운 놀이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변화는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0810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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