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소년에게 - 2.0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진실한 고백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1
강신주 외 지음 / 바이북스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웹 2.0세대. 신인류가 다가온다.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말이 있다. 각 세대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21세기의 주역이 될 새로운 세대에게 적용되는 첫 번째 특징은 웹 2.0세대라는 말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2008년을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참여’와 ‘개방성’을 특징으로 한 세대의 진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촛불집회의 의미를 기억할 것이며 이명박 정권의 검역 주권 포기와 근현대사 역사 교과서 왜곡시도, 경쟁 지상주의 교육 정책으로 인한 황폐화된 공교육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국가는 항상 대다수 국민의 뜻을 외면했고 기득권 세력의 집단 이기주의에 복무했으며 그들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지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되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외면하고 왜곡 보도와 지배 이데올로기에 세뇌 당한 채 자신의 계급적 위치와 국가의 정책 목표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발랄하고 즐거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청소년들에게 있었다. 지식과 정보의 무한한 확장과 공유가 가능한 세대에게 웹을 통한 진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청소년에게>라는 책은 기성세대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바치는 축사와도 같다. 어설픈 충고와 비전의 제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현실에 눈을 뜨고 억압과 순종의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호소하는 간곡한 당부와 진심어린 충고들이다.

  관점과 세대에 따라 그들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것이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엄마들에게까지 시비를 거는 사법 권력은 법이라는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 칼날을 겨누고 있다. 국가는 폭력이므로 국가에 저항하라는 톨스톨이의 말이 떠오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은 과연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진화하는 청소년들의 시선과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판단과 대책은 불쌍하기까지 하다.

  아직도 머리카락이나 치마의 길이로 학생들을 억압하는 교사들과 규율와 질서라는 미명아래 기존 질서에 순종하고 복종하는 시스템이 건재하는 한 즉흥적이고 창의적 상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교사들조차 무비판적인 사고 방식으로 과거의 틀을 답습하고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며 복지부동과 매너리즘에 길들여져 있는 한 대한민국의 청소년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과 훈육에 불과하다.

  이 책은 2008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웹 2.0 시대를 당당하게 열어젖힌 청소년 세대에게 던지는 기성세대들의 말잔치에 불과하다. 세대 간 통합이나 연대,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청소년들에게 올바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슈퍼맨이 아니며 스스로 자가 증식하는 아메바가 아니다.

  인문학 정신을 기대하는 강신주, 홍세화, 김성동, 김조년, 고은의 발언들은 이름 모를 불특정 다수인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고 있으나 그들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얼마나 현실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의 글과 말이 빚어낸 슬픔이 아니라 대한 민국의 경쟁적, 억압적 교육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미래도 있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 기인한다.

최열, 박승옥, 김낙중, 김규동은 생명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경과 문화라는 21세기의 거대 담론에 대해 과연 청소년들이 고민할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부정적 현실에 바탕을 둔 삐딱하게 보기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의 마련과 현실 타개의 모색이 필요하다. 내일의 역사를 담당할 청소년들에게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판단 능력과 다양한 관점의 세상을 보여줘야하는 것은 기성 세대의 의무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2.0 세대와 시대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이이화, 우석훈, 권오성, 기세춘, 하종강, 이현주의 글을 싣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비판적 관점에서 이들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정’이라는 젊음의 특권을 포기하지 않고, 이기주의와 왜곡된 물신주의에 저항하며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는 지금 기성세대의 치열한 고민에서 비롯될 것이다.

  책임을 미루듯이 그들에게 맡기는 태도는 비겁한 기회주의에 불과하다. 이른바 좌파 지식인들에 해당할 만한 사람들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고 그 작은 열망과 신념들이 모여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이런 책을 얼마든지 쏟아져 나와도 좋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대로 청소년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얼마나 읽어 줄 것인가? 누가 이 책을 읽힐 것인가? 그들의 부모와 교사들을 과연 이 책을 읽힐 만 하다고 판단할 것인가?

  기성세대의 생각이 어떠하든 그들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참여와 연대를 경험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상호 작용이 가능한 그들의 힘은 결코 그 크기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야 하고 그들이 만들어 갈 세상은 ‘더불어 함께’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사회에서 벗어나 보다 넓고 큰 세상을 바라보고 인류가 걸어온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 세웠으면 좋겠다. 세대가 교체되고 미래 사회의 아젠다가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즐겁고 명랑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믿음조차 없다면 현실은 견디기 힘들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순종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혼동하면 안된다. 이기적인 욕망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희생을 현대적 삶의 길이요 진리라고 인식해서도 안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가? 청소년들에게 매일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제, 마음의 눈으로 거울을 볼 시간이다.


08092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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