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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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실천적 동력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보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먼저였고, 잠수함보다 ‘해저 2만리’가 먼저 쓰였다. 상상은 창조의 원동력이고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큰 힘을 발휘된다는 사실은 우리는 과학을 통해 확인해 왔다. 예술적 상상력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력과 결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은 미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몽사이(夢-sci)'라는 이름으로 ‘꿈꾸는 과학’을 실천하는 모임이 그간의 결과물을 책으로 묶었다. <과학콘서트>를 시작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열중하고 있는 정재승이 이끄는 미래의 창조적 과학그룹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팀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상상하는 모든 것은 과학적 토론을 통해 이론적으로 점검된다. 얼마나 행복한 상상들인가? 놀이와 상상력은 과학의 무한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리와 합리적 사고를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러한 이유를 찾아간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상상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말도 안되는 상상,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웃음 가득한 여행이다.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던 이야기이다. 눈이 아니라 빵이나 떡가루가 내리고 비대신 하늘에서 주스가 쏟아지면 어떨까? 과학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점검한다. 현재 과학수준에서 어떤 원리로 그것이 가능한지 점검하는 과정은 토론이 아니라 상상의 향연이다.

  꿈을 캠코더로 찍을 있고, 개가 입에서 불을 뿜는다는 생각은 기가 막히다. 사람에게 뿔이 나고 입이 배꼽 옆에 붙어 있다면 어떨까. 혀가 두배로 길어지고 손가락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방귀에 색깔이 있고 아기가 나무에서 열리는 상상은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배낭로켓을 타고 날아다니고, 태양이 두 개인 세상이지만 밤에는 가로등이 없다. 기발하고 엉뚱하고 희한하며 놀라운 상상력은 롤러코스트처럼 정신이 없다.

  마치 만화책을 보듯 황당하지만 도대체 우리가 할 수 없는 상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듯 하다. 젊은 과학도들과 이런 놀이를 즐기고 있는 저자가 부럽기만 하다. 이 사람들이 어디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남아돌겠는가? 도대체 흥분되고 재밌는 일이 아니라면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가득해야 할까라고 묻는 것 같은 이들의 상상력은 분명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리라 믿는다.

  아무리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생각도 끝없는 도전과 열망으로 현실이 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과학의 발전이라 불렀고 창조적 상상력이라 명명했다. 이 책은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를 외우고 1점을 위해 목숨 거는 공부가 아니라 영혼을 다해 즐기고 행복해지는 공부가 가능한 방법은 이런 방법으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작지만 위대한 실천과 노력의 결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먼 훗날 우리의 미래에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이공계 대학생들의 상상 프로젝트는 지속되어야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은 인간을 위한 이기적 욕망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들로 가득할 것이라는 희망이라고 믿고 싶다.

  글쓰기 공동체로 독서와 토론을 통해 일궈낸 결과물들이라는 데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부의 마지막은 글쓰기이다. 과학을 대중화시켜 인간의 오만함을 자랑하고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움과 이를 밝혀내는 과학의 즐거움을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공동체의 목표라는 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이 자연과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인간을 위한 과학이 되길 바랄 뿐이다.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세계로 떠나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과학이 아니라 다른 주제와 목적들로 실천하는 공동체도 생겨나고 책읽고 토론하며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자생적 공부 모임들이 늘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어떻게 사느냐는 결국 무엇을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 결과가 목적이 아닐 수 있는 삶이라면 얼마나 즐거운가. 정재승과 ‘몽사이’의 행복한 상상여행이 현실이 될 때까지 흥미진진한 놀이를 지켜보고 싶다. 아니 나도 과학이 아닌 그 무엇으로라도 즐거운 공동체에 참여하고 싶다.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08090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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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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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1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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