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인 스파르타인 살림지식총서 173
윤진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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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로이>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기억할 것이다. 그 전쟁에서 트로이에 맞선 그리스는 연합군이었고 그 중심에는 스파르타가 있다. 스파르타는 공교육의 창시, 국가에 대한 충성심, 소박한 생활 방식 등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도시 국가이다. 이에 비견되는 아테네는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로 후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도시 국가는 정치 공동체인 폴리스는 ‘민주’와 ‘공화’라는 개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이 정치 체제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것은 아득한 역사 속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찾게 된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며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유산인 현재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두 나라에 대한 기억은 인류 문화의 기억이며 정치 제도에 대한 반성이다.

  발전이라는 당위적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바라볼 때 과거보다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일종의 패턴을 보여주는 자본주의라는 경제 제도와 대의적 민주제도는 반성과 변화를 모색하며 끊임없이 갈등과 충돌을 보여준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물론 국가와 국가의 문제이다.

  윤진의 <아테네인, 스파르타인>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의 특징을 요약적으로 잘 정리해 준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특징을 잘 살려 쓰고 있다. 제한된 분량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상식 수준에서 벗어나 그들의 수호신과 종교, 축제와 운동경기를 비교하고 있다. 사회구성과 교육, 정치와 군사 등 당대의 모습들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간략하지만 잘 정리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들을 통해 당대 사회와 문화, 정치 그리고 각종 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철학이나 서양의 고전을 접할 때 후륭한 전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당대의 사상이나 역사,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때대로 힘겨울 때가 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해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노력과 풍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들의 사상은 결국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배태되었을 것이고 그 사상의 효용 또한 그들이 살았던 시대정신을 뛰어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나라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지니고 있는 두 나라를 아우를 수 있는 생활과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스 도시 국가의 특징과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문화적 전성기를 구가했고 후대 인류 문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져 현재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관심을 갖게 된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비교해 보고 당대의 제도와 종교, 정치와 운동 경기를 살펴보는 일 만으로도 재미있다. 문화사나 풍속사가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도 중요성을 가지지만 그것이 바탕이 되지 않은 사상과 학문의 접근은 어쩌면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를 통해 소개받은 이 책은 다른 책을 위한 레시피로 적당하다. 다양한 지적 토대를 가지고 폭넓은 관점으로 과거 인류의 삶을 이해한다면 또 다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며 그렇게 탄생한 학문과 사상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앎의 방식과 태도는 이렇게 다양하게 종횡무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다른 책을 위한 디딤돌이나 발판의 역할 만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물론 아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라고 하는 두 도시 국가의 두드러진 특징을 통해 그 나라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바른 이해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상식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며 정확한 이해이기도 한 것이다.

  가장 찬란했던 문화와 강성했던 국가를 건설했던 두 나라. 플라톤의 이상적인 국가의 근원이 되기도 했던 그들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으며 현재에도 그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록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단순한 과거의 미래가 아니라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노력과 변혁의 힘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고대 아테인과 스파르타인의 전언은 아닐런지.


08072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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