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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소설은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재미있는 문학의 장르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이 ‘산업’의 이름으로 자본과 결합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소설의 서사 구조는 ‘스토리 텔링’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게임을 비롯해서 다양한 문화 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창의성과 다양성은 미래 사회의 황금어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투자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자원이 부족해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과연 그런가? 소설의 전통적인 역할과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진부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최소한 인간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눈이 없다면 그것은 소설이 아니라 쓰레기다. 고도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고 성찰적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소설은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매 순간 고민해야 한다.
대단히 고급한 장르가 아니라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드라마나 영화와도 구별되어야 한다. ‘진짜’ 소설은 그래서 만나기 힘들다. 그런 소설을 쓸 만 한 작가를 우리는 존경하며 그의 작품을 기다린다. 쉽고 재미있는 내용만으로 판매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해서, 즉 best seller가 best novel이 될 수는 없다.
몇몇 일본 작가의 소설은 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민한 감수성과 감각적 문체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즉각적인 몰입의 상태로 이끌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맛보지 못한 환상을 제공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빠져들고 열광한다. 게다가 시각적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영화로 제작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키친>과 <하드보일드 하드 럭> 두 편을 읽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세 번째.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지만 다시는 읽지 않으리.
<왕국> 시리즈는 3권으로 나왔는데 195*136 손바닥 만한 변형 판본 세 권을 합쳐바야 440여 페이지 밖에 안된다. 세 권의 책값을 합치면 무려 25,500원이다. 하드커버로 열심히 꾸몄으나 책보다는 돈에 혈안이 된 앵벌이로 보인다. 종이에 대한 예의가 없는 책이다. 한 권짜리 9,000원에 10,000원이면 충분하고도 남겠다. 책값은 차치하고라도 유명 작가라고 해서 신작을 이런 식으로 출판하고 독자들의 주머니를 털 작정이라면 출판사는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다.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독자들은 바보가 되었나?
그렇다면 이제 내용을 살펴보자. 완간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재밌고 환상적인가? 오랜만에 기다렸던 대가의 신작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며 천천히 읽을 만큼 심오한가? 이 책은 짜증스런 상태로 책을 읽어나가기는 참 오랜만의 경험이다.
작가도, 출판사도 반성하라는 위험한 충고를 감히 드린다. 리뷰를 쓰는 것도 부끄럽다.
08062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