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행복하니? - 보통 아이들 24명의 조금 특별한 성장기, 2004년 올해의 청소년 책
김종휘 지음 / 샨티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유일한 희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이들 때문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그런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그것마저 버릴 순 없다. 아이들의 기준과 나이가 모호하긴 하지만 나는 오늘도 믿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부모와 학교와 세상에서 배운 것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사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고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있나? 수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목숨을 걸고 교육이 미래라고 외치지만 어쩌면 모두 껍데기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제도권 공교육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성인이 되기 위해, 혹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발판으로 삼는 곳이 학교라면 일리히의 말대로 ‘학교 없는 사회’가 가장 행복한 사회가 될 지도 모른다. 학교의 어원은 ‘여가’에서 출발했다. 할 일 없어 모여 놀고, 부모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한 곳이 학교다. 지금은 학교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해석일까? 언제까지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머리 길이와 치마 길이에 목숨을 걸고 지각했다고 운동장을 돌릴 것이며 강제로 보충 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을 시킬 것인가? 죽기 전에 그것이 사라진 학교를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의 상황이 동일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여전히, 아직도 19세기식 사고 방식과 전근대적인 관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대의 아이들과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교사들이 모여 곳이라서 애당초 소통이 불가능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학교는 행복한 곳인가? 아이들이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행복한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김종휘의 <너,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자 센터의 김종휘가 만난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이다. 24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너, 행복하니?>를 통해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행복의 반대편을 서성이고 있다. 진짜 행복은 무엇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뭔지, 정말 그걸 하면 안되는 건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다가 이 보통 아이들의 특별한 성장기를 들여다 보다가 울컥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르겠다.

  한국식 교육 풍토와 한국식 경쟁 사회에서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반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이 24명의 아이들은 우리 주변의 모든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들이다. 김종휘는 그들을 통해 새로운 교육과 삶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잃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우리의 학창 시절은 행복했나? 우리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아이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나?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적이 있나?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도 아이들을 네모난 교실과 네모난 틀 속에서 규격품으로 자라고 비슷한 미래와 당연한 과정을 상상하며 어른들의 방식으로 길러진다. 경쟁은 필수고 이기심은 선택이다. 그 순수하고 맑은 영혼들을 물들이는 자본과 경쟁의 논리, 억압과 복종의 순응적 이데올로기는 오늘도 헤게모니를 장악해가고 있다.

  한 우물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파서 행복해 진 아이들, 가족의 경계 너머에서 행복을 찾은 아이들, 타고난 ‘끼’를 무기로 행복해지는 아이들, 시민운동을 통해 나를 찾고 행복을 얻은 아이들, 세계를 무대로 뛰는 아이들, 자신이 학교를 만들어가는 아이들, 개혁을 위한 정치를 시작한 아이들,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가는 아이들.

  스물네 명을 몇 개의 범주로 묶을 수는 없지만 그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꾸는 꿈이 비슷해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행복은 멀어질 수도 있다. 꽃밭에 핀 꽃들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듯이 그들도 제각기 다른 모양과 향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 사회는 불가능한가? 어른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내기할까? 내가 세상을 바꾸는지, 세상이 날 바꾸는지”라는 당시 리바이스 청바지 광고 문구를 개인의 신념으로 삼아 준표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 P. 117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과 타협하는 일이며 꿈을 포기하는 일이며 이기심으로 가득해지는 일이며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일이며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며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하지만 준표가 옳다.

  아이들이 희망인 이유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절대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어른들보다 준표같은 아이들이 훨씬 더 많아지기를 그래서 세상을 바꿔주기를 기대해 본다. 아니, 팔짱끼고 옆에서 구경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어깨 겯고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래서 ‘너,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


080527-0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