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손에 잡혀야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모르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순간이 바로 지식에의 열정이 시작되는 때이다. - P. 18

실용적인 지침 하나 : 누군가 뭘 ‘안다’고 말하면 ‘해봤어?’라고 한번쯤 물어서 그의 지행합일 정도를 측정해 보자! - P. 22

‘내가 뭘 안다’고 스스로 자부할 때에는 항상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스스로에게 제기해야 한다. 따라서 앎에 대한 참다운 자세를 가진 사람은 늘 자신이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 P. 28

책과 세상이 따로가 아니니 책 읽기와 세상 읽기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 이렇게 말하면 사실 거짓말이다. 책은 책이고 세상은 세상이라고 느껴질 때가 훨씬 많으니까 말이다. - P. 44

책이라는 게 그저 종이에 활자로 인쇄해서 나오면 끝나는 물건이라는, 책에 대한 얄팍한 생각만을 가진 사람들은 나의 이론 분노를 어이없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은 그렇게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책 따로 세상 따로인지, 책과 세상이 서로 엉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내 삶과 책은 서로 엉켜 있다. 난 책에서 읽은 것을 세상에서 확인하고 세상에서 겪은 것을 책에서 정리한다. - P. 52

현대사회에 지식인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하지 않다. 둘뿐이다. 체제 안으로 흡수co-고용opt되어 살아가거나, 아니면 꿋꿋이 살아가거나 뿐이다. 후자를 선택하면 훨씬 개운하다. 단 후자를 선택했으면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남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우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 P. 76

끝으로 한국의 일상적 파시즘론자에게 두 마디.
한마디, 뭘 분석하려면 경제적 바탕 위에서 하도록.
두 마다, 남들 욕하지 말고 자기부터 파시즘적 작태를 저지르지 말도록. - P. 116

고민하라. 번뇌하라. 아무 생각 없음은 악이다. - P. 130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하라. 21세기적 인간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살기가 귀찮으면 단순한 사회로 돌아가라. - P. 130

내가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기준이 대체로 이렇다. 사람 자체보다는 그가 하는 짓을 따진다. 그가 나와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서로를 이용할 것인지 등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난 소위 ‘인간적 관계’로 얽힌 사람이 별로 없다. 담담하게 사람을 만날 뿐이다. 정이 별로 없다. 누구를 특별히 미워하지도 않으며 각별히 아끼는 사람도 없다. - P. 160

내가 특정이념을 신봉하지 않는 것은 이념이 덧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념 이전에 인간이 있었으니 이념이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의미 있는 게 못된다. 나는 사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해주는 이론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 P. 161

부박한 세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믿을 건 고전뿐이다. - P. 167

세상이 아무리 뒤죽박죽되어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제자리로 되돌아올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다음으로 아무리 어린 사람이어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다. 세상은 나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과 인격으로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제대로 된 삶의 기초라는 걸 배울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공부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서도 기본이다. - P. 178

역사책 읽기는 철학적 주제들에게 생동성을 가져다준다. 몰역사적인 철학적 사유는 위험한 것이다. - P. 192

지금까지 어설프게나마 적어본 <내가 공부하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기 학대>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매저키스트가 된다면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공부를 해서 명예를 얻지 않아도 슬프지 않으며, 공부가 돈이 되지 않는다 해도 서럽지 않다. 어쩌면 이런 상태가 바로, 옛 사람들이 말했다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인지도 모르겠다. -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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