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 청소년을 위한 문화콘텐츠 직업 이야기
김봉석 지음, 박재동 외 감수 / 한겨레출판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이고 자신의 정체성이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말함으로써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판단한다. 특정 직업이 갖는 특수성은 그만큼 타인에게 강력하고 깊은 인상을 주며 한 사람을 그 직업에 몰입하도록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수만 가지 직업 중에서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몇몇 직업을 제외하면 사실 다양한 직업의 종류조차 우리는 알지 못한다. 100개쯤 적어 보라고 해도 난감할 것이다.

  전통적인 농업 기반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수많은 직업들이 명멸했고 서비스업의 종류와 범위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정보사회에 접어들면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컴퓨터와 IT관련 직종들이 생겨났고 심지어 게임만 잘해도 수억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여전히 학교는 무풍지대로 남아있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고전적인 공부방식과 시스템에 따라 학교와 학과를 선택한다.

  진로 지도는 요원하기만 하고 왜 공부하는지 생각해 본적도 없는 아이들이 많다. 목표 없는 공부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답답할까?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자세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직업의 선택과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청소년기의 고민이다.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는 이런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구체적인 직업 관련 안내서이다. 김봉석이 지은 이 책은 박재동과 주철환, 남동철, 깁부경, 정영석이 감수했다. 특정 직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설명을 한 사람이 모두 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상세한 직업의 세계를 안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며 어떤 노력과 능력이 요구되는지 알아보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컬러 도판을 사용하고 고급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관심을 갖고 흥미있게 접근시키기 위한 노력이었겠지만 일단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공자의 말은 직업 선택에서 유념해 둘 만한 충고이다.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몰라서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잘못된 정보나 환상만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삶이 고통이고 힘겨움일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해 잘 알고 또한 그 일을 즐길 수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정보사회를 넘어 이제 ‘꿈’을 파는 시대가 되었다. 문화 컨텐츠로 명명되는 이 ‘꿈’을 만들어 가는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영화, 방송, 만화, 애니매이션, 게임, 캐릭터, 대중음악, 공연 관련 직업들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문화 컨텐츠와 관련된 직업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선망하지만 잘 알지 못하고 얼마나 세분화 되어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직업들의 상세도를 그려준다.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이 짤막하게나마 소개되고 있어 훨씬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소개나 안내보다도 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듣는 이만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 부분이 너무 짧아 아쉽기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이 거기에 있지 않으니 참아야겠다.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가 접하는 영화나 방송, 만화, 애니매이션, 게임, 캐릭터를, 대중음악, 공연을 만들어 내는지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흥미있는 정보를 개괄적으로 전해준다. 어떤 분야에서 일한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직업이든 나름의 고충과 한계가 있겠지만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볼 수 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선택하지 않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꼭 불행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 일을 즐기지는 못할 것이다.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은 충분히 즐기고 있다면 인생을 더 없이 풍요롭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나 평생 안정적인 직업만을 선택하려는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책이다.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다. 보다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적극적인 진로 지도가 이루어져야 대학을 다시 가거나 전과를 생각하는 청춘이 줄어들 것이다.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많은 방법들 중에 직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려도 그것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직업을 밝히지 않을 만큼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한 한계에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한 만족과 맹목적인 추종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에도 해롭다. 선택은 신중하게 그리고 노력은 가열차게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직업을 바꿀 만한 용기를 준비하거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준비와 노력 그리고 실천적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는, 일을 즐기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경마장의 말처럼 결승선만을 향해 미친듯이 질주하는 공부 기계가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참다운 주인이 아닐까 싶다. 나를 돌아보고 사랑하는 만큼 주변을 배려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 갈테니 말이다.


080422-0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