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 미친 사람들은 읽는 것만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때로 다른 사람들의 독서 습관과 독후 활동이 궁금하다. 암중 모색기를 거쳐 독자가 아닌 작가로 때어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 왜 써야 하는가, 글을 쓸 능력은 있는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고민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글의 종류에 대해서 문학적인 글인지 실용적인 글인지 결정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은지 다양한 종류의 실용적인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인지 자신의 능력과 취향 그리고 목적과 방향을 결정하면 고민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물론 두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도 있고 어느 정도의 글쓰기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어떤 글이든 가능 할 수도 있다.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음식에 대해 혀의 반응을 밝히고 맛을 품평하는 것과 음식을 만드는 일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맛있는 음식은 누구나 먹을 수 있듯이 독서는 누구나 가능하다. 물론 문식성은 단순히 어휘의 의미를 이해하는 수준부터 재해석하고 논리적인 비판에 이르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긴 하다. 책의 수준과 영역도 차이가 많다. 그래도 글을 쓰는 일보다는 쉽다. 글쓰기는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고 지적 능력의 종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나 글을 쓰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것이 직장에서 쓰는 기획안이나 연애편지, 일기나 메일, 숙제와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글쓰기의 형태가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고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독학만이 살 길인가?

  서점에 가면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실전에 적용할 만한 충고나 적용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글을 쓰는 목적과 방법은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는 그런 면에서 독자들의 욕구를 골고루 충족시켜주고 있다.

  오랫동안 읽히고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사실로 책의 내용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왔다는 안전장치는 믿을 만하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실전 경험을 통해 정확하고도 직접적으로 위험신호를 보낸다. 몇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은 하나의 주제와 충고로 집약되어 있고 그것은 실전에서 필요한 요소로 가득하다.

  나를 발견하는, 간소한, 군더기를 다 버린, 나만의 것만 담은, 나를 위한 글쓰기가 좋은 글이라는 충고로 이 책은 시작된다. 스물 네 가지 작은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문장의 시작과 끝, 통일성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 후 문학,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과학과 기술, 비즈니스, 비평, 유며 등의 종류의 구분해서 일상에서 우리가 써야하는 수많은 종류의 글들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에 제시된 단어와 용법 등은 영어 글쓰기를 위한 조언이기 때문에 편집과정에서 생략해도 좋을 법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번역자의 고충이 곳곳에 배어있음을 발견한다. 굴절어인 영어와 교착어인 우리말의 차이는 예문을 번역하거나 사례를 인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기에서 밝혔듯 일부 오류가 지적되더라도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충고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솔직하고 간결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책 한 권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물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함께 나눌 만한 글이 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대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내가 저자의 의도를 읽어냈다면 이 책은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방향과 글을 쓰는 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책으로 적당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 충고하는 책도 많이 있으니 실전 연습용 책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권할 만하다. 누구나 글을 쓰고 생각을 쓴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글이든 말이다.

  산다는 일이 온몸으로 생의 의미를 써 나가는 일이라면 굳이 화려한 수사와 기막힌 솜씨로 장식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열정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면 일단 준비는 끝난 상태이다. 무엇을 왜 써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언제까지 쓸 것인가를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쓰기 시작하자.


080403-0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