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네모반듯한 틀 속에 모두를 가두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머리가 길면 공부가 안되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면 불량한 학생인가? 그것이 왜 그런지도 모른 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이 우리는 네모난 상자 속에 맹목적으로 구겨진다. 일정한 규격과 틀, 고정관념과 관습들은 하나의 문화로 굳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말 코미디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쓰다가 혼이 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까? 아니면 그때 고쳐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아갈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은 창조적 소수에 의해 발전된다. 뛰어난 머리와 창의력이 탁월한 인간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 제도를 우리는 가지고 있을까? 끊임없는 질문들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현실은 참담하고 하늘은 높고 바람은 따스해진다.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의 <마이크로트렌드>는 머지않아 ‘메가트렌드’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수많은 고정관념에 갇혀 산다. ‘왜’라는 질문대신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말과 전체 속에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변화의 의지를 앞선다. 튀고 싶지 않고 손해보고 싶지 않은 이기적 욕망들은 매순간 우리의 생각과 의지를 억누른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 몸에 맞는 편안한 옷 한 벌을 얻게 된다. 수구 혹은 보수라는 이름의 옷이다. 그것을 선택한 수많은 사람들도 변화의 물결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만 달라질 뿐이다.

  오랬동안 지켜왔던 습관의 벽을 허물고 편견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굳게 믿어왔던 방향과 목적이 허물어지는 경험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작은 변화의 물결에 주목하고 그 물결의 파장과 결과를 예측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 책의 목적이다. 기업 홍보와 리서치, 컨설팅 전문회사를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선 트렌드와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내고 있는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기업을 경영하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만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75가지 마이크로 트렌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유효하고도 적절한 내용들이다.

  ‘성비와 싱글족’으로 시작해서 ‘고학력 테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선보이는 이 책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과 달리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쉽게 읽힌다. 인간관계에서 국제 정세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현실 생활의 면면들 속에서 소수의 변화를 읽어내는 관찰력과 객관적인 설명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경우에 따라 경영마인드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주관적인 해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도 눈에 띤다. 하지만 물건을 팔기위한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왔고 선거나 판매 전략을 위한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책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눈감아 줄만하다.

  ‘성형수술 애호족’이라는 트렌드에서 한국의 성형열풍이 소개되었고, ‘자동차 시장의 사커맘족’에서 현대가 언급된다. 단 두 번의 사례가 이 책에서 한국이 언급된 것이다. 미국인의 입장에서 국제 상황들을 별첨으로 언급할 정도로 미국 내의 변화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향과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작은 것’을 잘 들여다 볼 줄 알아야 뭔가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발상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개인적인 가치와 비즈니스의 원칙들을 점검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재택근무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부산보다 훨씬 먼 거리를 통근하는 사람들, 상류층 문신족, 10대 뜨개질족, 늙은 아빠, 고딩 사업가, 홈스쿨링 등 익숙한 것에서부터 황당한 것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마이크로트렌드로 가득하다. 낡은 사고와 경직된 방법으로 우리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지도 모르는 1%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없다.

  세상은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네모난 빵틀이 아니라 손으로 빚어낸 각양각색의 신기한 모양의 과자와 빵들로 가득하다. 이것을 즐기고 음미하면서 또 다른 모양을 생각하고 도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과 정해진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사소한 것들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해 추천할 만하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책장을 열어 볼 수 있는 있겠다. 이 책 한 권이 세상의 트렌드를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흐름과 방향을 예견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은 고민거리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다림,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용기와 지혜가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지겨운 곳인가!


08030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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