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앎의 의지

16세기 말부터 섹스의 “담론화”가 제한의 과정을 따르지 않고 반대로 증대하는 선동의 매커니즘에 종속되었다는 것, 섹스에 대해 행사되는 권력의 기법은 엄격한 선별의 원칙이 아니라 반대로 다형적 성의 확산과 확립이라는 원칙을 따랐다는 것, 그리고 앎의 의지가 요지부동의 금기 앞에서 꺾이기는커녕 아마 많은 오류를 통해서일 터이지만 오히려 성의 과학을 구성하는 데 몰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 P. 36

근대 사회에 고유한 것은 근대 사회가 섹스를 어둠 속에 머물도록 운명지었다는 점이 아니라, 근대 사회가 섹스를 ‘전형적’ 비밀로 내세움으로써 언제나 섹스에 관해 말할 운명이었다는 점이다. - P. 56

쾌락과 권력은 서로 상쇄되지도 서로 등을 돌리지도 않는다. 쾌락과 권력은 서로 뒤쫓고 서로 겹치며 서로 재활성화한다. 쾌락과 권력은 복잡하고 확실한 자극과 선동의 매커니즘에 따라 서로 연관된다. - P.70

우리의 작업은 그러한 앎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즉, 성이라는 명확한 사례를 대상으로 앎의 의지의 “정치경제학”을 구성하는 것이다. - P. 95

성의 장치에서 가족은 수정(水晶)이다. 즉, 가족은 성을 퍼뜨리는 듯하나 사실은 성을 비추고 회절(回折)시킨다. 가족은 자체의 투과성(透過性)과 외부 쪽으로의 이러한 회부(回附) 작용 때문에 성의 장치를 위한 가장 귀중한 전술적 요소의 하나인 것이다. - P.131

성은 원래 역사적으로 부르주아적인 것이라고, 연속적 이동과 전환을 통해 특수한 계급적 효과를 유발한다고 단언할 필요가 있다. - P.147

19세기 동안에 성의 장치는 패권적 중심으로부터 일반화되었다. 극단적 경우에 한 가지 방식으로 갖가지 도구에 의해서일망정 사회체 전체는 “성적 육체”를 부여받았다. - P.147

억압의 이론은 역사적으로 성의 장치가 확산되는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편으로 억압의 이론은 모든 성이 법을 따라야 하고 게다가 법의 효력에 의해서만 성일 뿐이라는 원칙, 즉 성을 법에 종속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법에 복종함으로써만 성을 갖게 될 뿐이라는 원칙을 제기함으로써 성의 권위적이고 강제적인 확대를 정당화하게 된다. - P.147

성의 장치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해방”이 성의 장치에 달려 있다고 믿게 하는데, 바로 여기에 이 장치의 아이러니가 있다. - P. 177


2권 쾌락의 활용

‘도덕’이란 단어의 모호성은 다들 알고 있다. 이것은 가족, 교육기관, 교회 등과 같은 다양한 규제체제를 통해 개인이나 그룹들에 제시되는 행동규칙과 가치들의 총체를 의미한다. - P. 41

아프로디지아는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 몸짓, 접촉이다. - P. 55

‘육체’와 ‘성’에 대한 기독교적 경험의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주체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이 될 것이다. 즉, 유연하고 위험스러우며 소리 없는 어떤 힘의 발현을 자주 의심해보고 저 멀리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 P.56

성적 활동이 이와 같이 도덕적 평가와 구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성행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악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원죄의 표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 P. 64

절제는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도시국가 내에서 신분, 지위, 책임이 있는 자들이 특권적으로 지니고 있는, 아니면 적어도 지녀야 할 자질들 중의 하나로 제시된다. - P.79

성적 행동에 관한 그리스인들의 도덕적 성찰은 금지들을 정당화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자유, ‘자유인’인 남자가 자신의 활동 속에서 행사하는 자유를 양식화하려는 것이었다. - P. 119

삶의 기술로서의 관리법의 실천은 질병을 피하거나 그것의 치료를 끝내기 위한 예방법들의 총체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자신의 육체에 대해 적절한, 필요 충분한 배려를 하는 주체로 세우는 방식이다. 이것은 일상생활을 총괄하는 배려이다. - P. 131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를 닮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부모들이 성행위 시에 그들이 그 순간에 하고 있는 행위만을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마음이 동요되었기 때문이다. - P. 148

“성 관계에 대하여 성스러운 히포크라테스의 견해는 이러했다. 그는 그것을 우리가 간질병이라 부르는 끔찍한 질병의 한 형태로 간주했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인용한다. 성교는 경미한 간질병이다.” - P. 151

성행위는 만약 절제하지 않고 적절히 배분되지 않는다면, 의지를 넘어선 힘의 폭발, 에너지의 쇠진, 고귀한 자손을 남기지 못한 죽음, 이러한 결과들을 초해하게 되는 것이다. - P. 163

여성의 경우, 이 의무는 그녀가 남편의 권한하에 있는 한에서 그녀에게 강요된다. 남성의 경우에 그가 성적 선택을 제한해야 하는 것은 그가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권한을 행사하는 데에서 자제력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하고만 성 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내의 경우 그녀가 남편의 권한하에 있다는 사실의 결과이다. 반면, 남편이 아내하고만 성 관계를 가지는 것은 자기 아내에 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가장 훌륭한 방식인 것이다. 이후의 도덕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등함에 대한 예시보다 여기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 불균형의 양식화이다. - P. 176

“당신의 아내보다 더 많은 중요한 일들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는가?”라고 소크라테스는 크리토불레스에게 묻는다. - P. 179

고대 그리스의 모랄리스트들에게서 절제는 부부생활을 하는 두 배우자에게 규율로서 명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그들 각자에게서 자기 자신과 맺는 상이한 관계 양태에 속하는 것이었다. 여자의 미덕은 순종적 행동 방식의 보증이자 그것의 상관물이었다. 반면 남자의 엄격함은 스스로를 제한하는 일종의 지배 윤리에 속하는 것이었다. - P. 213

구애의 기술에서와는 달리, “사랑의 대화술”은 여기서 두 연인에게 똑같은 감정의 움직임을 유발한다. 사랑이 두 사람에게서 그들을 진실로 향하게 하는 움직임인 이상, 사랑은 동일한 것이다. - P. 274

성적 엄격함은, 도덕적 체험의 변화를 이해한다면, 법전의 역사보다도 더 결정적인 하나의 역사에 속해 있다. 그것은 개인을 도덕적 행동의 주체로서 성립하게 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양식의 완성으로서 이해된 ‘윤리’의 역사이다. - P. 283


3권 자기 배려

정신적 질병 중에서 심각한 것은 병이 감지되지 않고 감지되지 않고 간과되거나 혹은 질병을 미덕으로(분노를 용기로, 정욕을 우정으로, 선망을 대항의식으로, 비겁함을 신중함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났을 경우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다. - P. 78

자연이 성적 쾌락에 부여한 상위기능, 성적 쾌락이 전달하고 따라서 소모시켜야 할 물질의 가치, 바로 이런 것들이 성적 쾌락을 질병에 근접시키는 것이다. 1, 2세기의 의사들이 그 같은 양면성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표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양면성에 대해 과거에 입증된 것보다 더 발전되고 더 복잡하며, 더 체계적인 병리학을 기술하였다. - P. 135

물론 성적 금욕이 의무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성행위가 악처럼 표현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4세기의 의학적, 철학적 사고에 의해서 이미 명시화되었던 논지들이 발전되면서, 우리는 어떻게 모종의 굴절이 발생하는지를 보게 된다. 즉 성적 활동이 낳는 결과의 모호성에 대한 주장, 유기체 전체를 통해서 성적 활동에 인정된 상관관계들의 확장, 유기체 자체의 취약함과 그것의 병리학적 힘에 대한 강조, 양성에 있어서 금욕행위에 대한 가치부여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 P. 146

쾌락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아마도 의사보다는 철학자들을 통해 기독교로 전해졌을 것이다. - P. 169

기원후 초기 두 세기 동안에 이루어진 성적 활동과 성적 쾌락에 대한 모든 성찰은 엄격함의 주제들이 어느 정도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의사들은 성행위의 결과를 걱정하여 행위를 삼가도록 기꺼이 권고했으며, 쾌락을 누리는 것보다는 순결을 지키는 것이 더 좋다고 공언했다. 철학자들은 혼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비난하고, 부부가 서로에 대해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정절을 지킬 것을 명령했다. 결국 소년애를 이론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P.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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