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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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2003년, 작가 윌리엄 깁슨이 한 말입니다. 과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는 연속적 시간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미래가 이미 와 있다는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사람마다 미래에 도달하는 시간은 차이가 있겠죠.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 가지만, 누군가는 현실에 적응하기도 버겁습니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늘 하루를 버티기도 힘겹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2025년의 화두는 여전히 인공지능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예측했던 미래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트 AI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하니 곧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물리적 형태를 갖춘 AI가 상용화될 겁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생활에 스며들어 조금씩 그 영역을 확대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필수가 된 인공지능, 그 활용 여부와 가치 판단에 관한 논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2016년 3월 9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알파고AlphaGO가 전 세계 바둑 일인자 이세돌 9단을 이긴 날이며, 동시에 불가능해 보이는 인간의 영역으로 인공지능이 진입한 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바둑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당시 생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체스와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 인공지능이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건 착각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소설가 장강명은 프로 바둑 기사 수십 명을 인터뷰하며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바둑의 전통과 역사를 살피며 과거와 현재를 돌아봅니다. 신문기자였던 저자는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합니다. 인공지능이 바꿔버린 현실, 아니 먼저 와 버린 미래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르포르타주가 훌륭합니다.

마치 디스토피아 SF의 도입부처럼 인간만이 펼칠 수 있는 예술이자 스포츠라 믿었던 바둑의 세계가 무너진 현실은 AI 이후 세계의 축소판 같아 보입니다. 바둑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와 같은 고민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공지능의 역할과 인간적인 삶의 의미일 것입니다. AI와 함께 살아갈 인류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직로와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부터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세대는 물론 불안한 노후를 맞아야 하는 중장년층까지 AI는 희망과 기대보다 아직도 불안한 미래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때때로 과학기술의 진보는 조금 더 공평하고 평평한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모두 사라지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AI로 인해 급변하는 현실은 목적도 없고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장강명은 이런 상황에서 AI를 향한 불안과 공포 대신 인간적인 삶의 방법과 태도를 묻고 있는 듯싶습니다. 특히 9장 ‘가치가 이끄는 기술’과 마지막 10장 ‘인공지능이 아직 하지 못하는 일’은 저자의 고민과 생각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먼저 시선을 돌려 깊이 들여다보고 관찰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후에야 비로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올바른 선택을 위해 중요한 자세입니다. 그리하여 읽고 쓰는 삶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먼저 온 미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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