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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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죽음이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동차 거울의 경고문구처럼 생각보다 가까이 놓여 있다. 법의학자 유성호는 구체적으로 '엔딩 노트'를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이 노트는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일인칭 시점의 죽음에 관한 준비 과정이다.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죽음이란 무엇인가.

장기 기증, DNR(연명치료중단) 동의 여부, 유서 작성, 장례 방법 등 죽음에 관한 준비를 미리 하지 않으면 '나'의 죽음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가중한다. 이인칭, 삼인칭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은 일인칭 시점인 '나'의 죽음과 조금 다르지 않은가.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들여다본 법의학자가 자신에게도 머지않아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과 태도는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족, 친구들과의 이별 등 자기 삶의 마무리는 한 인간의 삶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규정하게 한다. 죽음 이후에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년, 상실, 애도, 존엄사 등 죽음과 관련된 실제적인 이야기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감에 대하여, 이별과 죽음에 대하여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기 삶의 마무리, 즉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좋은 삶'을 위한 다짐이 된다. 연명 치료와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이 드신 부모님이나 노인들에게만 필요한 준비가 아니다. 죽음을 위한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고민과 준비가 오히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바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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