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역사 -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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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를 쓴 데이비드 빈센트의 『사생활의 역사』는 프라이버시의 역사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로저 샤르티예Roger Chartier는 “1500년에서 1800년 사이에 인간이 문자와 맺는 관계가 달라지면서 개인이 공동체로부터 물러나 혼자가 되어 새로운 사적 영역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 바 있다.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 대한 탐구가 증가하고 독립성이 커지는 과정이기도 했다.(67쪽) 16세기 인쇄술의 발명이 근대의 문을 열어젖혔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교개혁과 민주화는 깨어있는 개인의 탄생이 촉발한 자연스런 결과였다. 사생활에 관한 기준과 한계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달리 적용된다. 아니 각자 서로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 정서, 언니/오빠/형/누나 등의 일반적 호칭, 부부 일심동체라는 착각, 연인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태도, 공적 마인드가 결여된 공무원과 정치인 등 한국적 정서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헛소리다. 혼자 있을 권리가 시작된 중세, 군중 속에서 나를 지켜야 하는 이유, 전화와 편지에 대한 호기심, 국가의 사찰 등을 살피는 저자의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 시대, 2025년을 사는 한국인들의 프라이버시는 무엇을 위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살필 따름이다. 개인정보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노출이 허용할 수 있을까. 아니 친소 관계와 무관하게 사적인 질문은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남이 하면 프라이버시 침해이고 내가 하면 관심인가. 사생활의 역사는 앞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쓰이겠으나 기본에 대한 합의는 아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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