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 여자와 남자의 99% 차이를 만드는 1%의 비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임옥희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는 다르다. 이 말 속의 비교 대상은 당연히 남자다. 항상 인간의 기준은 남자였고 기준에서 벗어난 여자의 행동이나 심리에 대해서는 열등한 것으로 인식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21세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21세기를 여는 키워드를 ‘여성’과 ‘환경’으로 꼽은 사람들이 많았다. 환경에 대한 관심만큼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은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다면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남성과 다른 여성의 특징은 당연히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신체와 심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루안 브리젠딘은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에서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단 1%의 유전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유전자의 차이가 호르몬의 차이로 호르몬의 차이가 신체와 심리 상태의 차이로 발현된다. 신경 정신과 의사이면서 정신분석학자인 저자의 분석은 진화 심리학과 진화 생물학을 기초로 자신이 겪은 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포함하고 있다.

  여자의 뇌를 알면 여자를 알 수 있다. 그 심리적 변화와 신체적 메커니즘은 모두 뇌에서 촉진되는 호르몬의 분비와 그 영향에 따른 신체적 발달과 심리 상태로 나타난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프로게스테론을 비롯해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분비 작용과 행동 변화, 심리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생물학적 관점만으로 여성을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책은 아니다. 수많은 환자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문제점과 치료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주변에서 마주치는 상황들을 예로 들어 여성의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행동 변화의 관계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적당한 호르몬의 투여와 상담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여성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과학적 접근 방식은 이전의 잡다한 설명들보다 신뢰가 간다. 더구나 여성인 저자가 스스로의 변화와 상황들 속에서 느낀 점들을 설명하는 부분에 공감이 간다.

  여성에 관한 문제는 단순히 과학적 접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두 가지 목소리와 씨름했다. 하나는 과학적인 진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목소리였다. 과학적 진실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정치적 올바름보다 과학적 진실을 강조하기로 했다. - P. 278

  정치적으로 양성 평등에 관한 논의와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조심스럽게 과학적 진실을 말하고 있다. 차별을 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그 차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종류의 인류가 보이는 행동의 패턴들이나 갈등의 요소들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해결이 눈앞에 보인다는 것이다. 아니,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말이 없어지는 남자와 언어 능력이 발달하는 여자, 20~30대 남자는 85퍼센트가 52초마다 섹스를 생각하고 하루에 한 번만 생각하는 여자, 갈등과 경쟁을 즐기는 남자와 그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여자에 관한 진실은 여자의 뇌에 숨어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와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신비한 미지의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었던 호기심들은 하나씩 밝혀질 것이다. 특히 여자의 뇌를 통해 여자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저자의 임상적 결과들이나 과학적 방법들은 여자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 명쾌한 결론과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 심리학이나 진화 생물학의 연구 결과와 뇌과학과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학문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상호 보완된 연구가 진전될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아니라 갈등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퍼센트 이상이 같다. 3만 개에 달하는 인간 게놈(genome)의 유전자에서 남녀 양성의 변이로 인한 차이는 단 1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바로 그 1퍼센트가 신경계의 세포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쳐 남자와 여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 P. 14

  향후 연구 결과도 이 책처럼 흥미롭고 재밌게 대중화될 수 있다면 기꺼이 관심을 갖고 읽을만하다. ‘여자와 남자의 99% 차이를 만드는 1%의 비밀’에 대한 관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관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접근한다면 보다 객관적으로 읽어 나갈 수 있다.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의 비극과 생의 아이러니는 바로 그 1%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 출발조차 알지 못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답답함을 덜어줄 수 있는 책은 아닐까 싶다. 여자의 뇌가 남자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것만은 확실하다. 단순한 남자와 복잡한 여자의 차이를 만드는 작은 비밀이 이 책 속에 숨어 있다.


0710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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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7 1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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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1 1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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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0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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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1 1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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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1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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