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았던 시절은 없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끊임없는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한 신채호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주 오래된 질문과 응답이 이어지지만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은 언제나 미래형이다. 현실은 언제나 불편부당하지 않으며 편견과 차별로 가득하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 직업과 재산에 따라 ‘사람’ 대접이 다르다. 인간답게 살 권리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자연의 섭리와 같다. 굳이 존 로크를 소환하고 서양 근대 역사를 뒤적일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국가에서 인권은 숨 쉬는 공기와 같다. 너무 자연스러워 ‘인권’이라는 용어 자체를 들먹이거나 사용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2013년에 꿈꾸던 ‘차별 없는 세상’은 2024년에 현실이 되었을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어떤 현실을 원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했던 인권만화가 2024년에도 낡아 보이지 않고 과거의 추억처럼 아련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독자들은 생각은 어떨까.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공동체의 목적지는 어디이며,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고 있는지, 더 나은 삶은 무엇이며, 이웃과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는지, 차별과 편견과 혐오는 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이 만화책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다. 목적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는 언제든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 민주주의와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경제체제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야 한다.
출간 20년이 넘은 시리즈의 개정판을 다시 읽는다. 노동, 계급, 여성, 이주민, 장애인, 군인권, 퀴어, 사교육, 비정규직, 장애,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사교육, 성폭력,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는 숱한 문제를 살아간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없고, 사람들의 의식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사회의 지향점, 공동체가 합의한 최소한의 가치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20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남은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