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뇌 - 더 좋은 삶을 위한 심리 뇌과학
아나이스 루 지음, 뤼시 알브레히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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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 2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무게 1.4 킬로그램의 뇌는 신체가 만들어내느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나 소비한다. 효율과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860억 개의 뉴런이 상상을 초월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소통하며 이성과 감정을 통제하며 선택과 갈등을 해결한다. 사피엔스의 뇌는 기계적, 단계적 발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진화와 적응의 결과다. 왜 이런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뇌의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으며 보다 효과적인 활용 방법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다만, 뇌의 작동 방식과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를 안다는 것은 ‘나’를 이해한다는 의미이며, ‘너’의 말과 행동을 짐작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랜드와 차종이 같은 자동차도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속도와 활용에 차이가 많다. 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마다 유전, 환경적 요소가 다르니 같은 뇌는 없다. 비슷하다고 해도 이해, 공감, 학습, 창의성, 상상력 등 뇌를 활용도는 개인차가 매우 크다. 신경과학을 연구한 임상심리학자 아나이스 루는 ‘쉬고 재미있게’ 뇌를 설명한다. 신경과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더 좋은 삶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뇌’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연구자가 아니라면 전문 서적을 통해 뇌의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뇌는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뇌가 착각과 오류를 일으키는 지점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쉽고 재밌는 책의 한계가 늘 그러하듯이, 심리학과 뇌과학에 관한 책을 몇 권 살펴본 독자라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 이해를 돕는 만화, 삽화를 통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실제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다양한 미디어가 검색 기능을 대체하고 정보 활용 방법이 이전과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텍스트는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으나 접근 방식과 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런 형식의 책은 미디어와 텍스트를 사이를 이으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가볍지만 깊이를 담보해야 하는 고민을 담은 듯하다.

예를 들어, ‘공감’이 능력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할 순 없으나 대체로 여성들은 정서적 공감, 즉 느낌이 발달해 있으며 이는 상향처리bottom-up 방식에 해당한다. 남성들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지적으로 공감하기 쉬우며 이는 하향처리top-down이라는 설명이 그렇다. 현상을 비교하고 분석하며 체계화하는 일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예외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고로운 일이다. 그것이 공인된 이론으로 발전하든 논쟁의 중심에 서든 검증을 거치는 동안 다양한 의견이 보태지고 억지 주장과 주관은 배제된다. 불행하게도 우리 뇌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개인은 그럴만한 여유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뇌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낯선 길을 찾아가고, 외국어를 배우고, 셀럽이 등장하는 광고에 흔들리고, 서로 다른 추억에 절망하고, 낭만적 사랑을 꿈꾸고, 불현듯 데자뷰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가만히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자. 모든 뇌가 다르듯, 나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 나의 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조금은 다른 태도로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3주간 3번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뜨거운 여름 날씨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뺨 위에는 이제 흔적만 남았을까. 탄생과 소멸만큼 분명하고 확실한 진실이 없어보인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사이에도 때때로 바람이 분다. 뇌가 젊어지는 운동법을 모르고, ‘농담의 쓸모’를 알지 못한다면 나이가 몇이든 당신의 ‘뇌’는 제 기능을 잃고 삶의 주인으로 기능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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