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Reader, Come Home, 2018년)보다 『책 읽는 뇌』(Proust and the Squid: The Story and Science of the Reading Brain, 2007)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10여 년 만에 원제 그대로 『프루스트와 오징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인간의 뇌는 책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고 싶지 않은 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독서는 본능에 반하는 훈련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해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토마스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앨버트 아인슈타인, 로댕, 앤디 워홀, 피카소, 안토니오 가우디 같은 천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난독증’ 환자였다. 매슈 루버리는 『읽지 못하는 사람들』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읽기와 뇌과학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포스트 텍스트 시대를 위한 준비에 해당한다.
모든 학문적 성과가 그러하듯, 이전 시대의 누적된 연구 결과가 출발선이다. 인류문명이 단기간에 눈부신 발전은 거듭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축적된 뇌과학의 연구 성과 인간의 읽기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세하게 다룬다. 잘 읽는 비법을 찾아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그 이유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난독증, 과독증, 실독증은 일종의 병리 현상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다시 읽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공감각, 환각,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질환 때문에 활자를 접할 때 문제를 겪는 독자들의 증언이 생생하다. 이들은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의지’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는 자기계발에 관심을 둔 사람이나 학습력 증진이 필요한 학생과 학부모에겐 논외다.
그러나 이해comprehension는 해독decoding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분석과 활용은 개인적인 소화 단계로 고급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자연스런 선물이다. 흥미를 끄는 하나의 증상은 일반인들로 가당치도 않은 능력을 보여주는 서버트증후군이다. 사진을 찍듯 책을 암기하는 사람, 메모리칩처럼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 등 책 읽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능력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과유불급. 중용은 기준과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적당히’, ‘쉽고 재미있게 잘’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