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논리학 - 말과 글을 단련하는 10가지 논리도구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다. ‘설득’이 들어가는 책이 그렇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에게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을 읽지 않았지만 내용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용규의 <설득의 논리학>에서 언급하고 있으니 ‘설득’은 심리학을 넘어 이제 논리학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고 보면 ‘설득’은 누구에게나 폭넓게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하기 좋은 소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유혹의 기술은 제목 뿐 아니라 표지에서도 드러난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서체를 그대로 활용한다. 자신감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막힘없이 휘갈려 써 내려간 <설득의 논리학>은 표지에서부터 충분히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말로든 글로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누구를 설득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도록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그 방법과 기술이 심리학이든 논리학이든 독자들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도구에 흥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한 매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철학과 논리학은 친척이다. 아니, 철학을 위한 도구로서 논리학은 역할과 의미를 지닌다. 철학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고민이듯이, 사물과 언어에 대한 성찰이듯이 논리학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0가지 논리 도구를 제시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발판으로 세익스피어와 베이컨, 셜록 홈즈와 비트겐슈타인, 파스칼과 쇼펜하우어까지 다양한 논리를 선보이며 실증적인 예시와 쉽고 간단한 설명으로 논리학의 매력을 선보인다.

  일상에서 가장 설득 당하기 쉬운 광고의 전략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관심을 갖게 한다. 설득은 논증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삼단논법과 세 가지 변형, 배열법과 yes-but 논법, 귀납법과 가추법, 가설 연역법은 익히 알고 있는 방법들이다. 논쟁술과 토론술, 이치논리와 퍼지논리는 생소하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며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첫째, 쉽고 재미있게! 대중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이 책은 어려운 설명이나 딱딱한 내용들을 최선을 다해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와 간단하고 쉬운 설명은 이 책을 논리학에 접근하기 위한 유인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 반면에 한계도 지니게 된다. 한정된 분량에 10가지 논리 도구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데 그친다는 느낌이다. 깊이와 넓이에는 한계가 있으며 폭넓은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라 공식에 맞아 떨어지듯 한 예문이 대부분이다.

  둘째, 요약 정리가 뛰어나며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에 충실하다. 각 장마다 논리의 길잡이 코너를 마련해서 그 장에서 설명한 개념들을 간략하게 다시 정리하고 있다.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이 방법들을 배우고 익혀 말이든 글이든 실전에서 사용하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훈련과 실전에서 사용여부는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연습해야 하는지 체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셋째, 저자의 문장이다. 다른 분야의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각 학문 분야에서 논쟁점이나 핵심적인 사항들을 소개하는 글들의 성공 여부는 순전히 저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수많은 철학서들이 난무하고 논리학 책이 넘쳐나지만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책을 고르는 어려움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아카데미즘에 갇혀 지루하고 딱딱한 이론의 나열로 그치는 경우도 있고 알맹이 없이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남는 것 없이 공허한 경우도 있다. 단순한 소개와 개념 설명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그렇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은 것 같지만 뭔가 아쉽고 허전하며 깊이에 대한 욕심이 끊임없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오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저자 김용규의 문장은 깔끔하고 설득적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알맹이들을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디쯤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나에게 객관적인 판단은 어렵다. 모두에게 필요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수 있는 책을 만나기는 어렵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난 듯 오랫동안 가슴 설레고 뿌듯하게 한 줄 한 줄 음미하고 두고두고 생각나는 책을 찾아 오늘도 헤매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 10가지 논리 도구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070907-1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