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힐리스트로 사는 법 - 삶이 무겁고 힘든 사람에게 니체의 니힐리즘이 전하는 지혜
문성훈 지음 / 이소노미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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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nihil은 ‘없다無’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기존의 가치 체계와 이에 근거를 둔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는 니힐리즘을 실천하는 사람이 니힐리스트라 하겠다. 임승수는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그 이유와 태도를 설명한 적이 있고, 지승호는 유시민을 ‘소셜 리버럴리스트’로 규정한 적이 있다. 라벨링 혹은 낙인이론은 한 인간을 프레임에 가두는 못된 방법인지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 삶의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고 인간과 세계를 향한 삶의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숭고한 일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신념과 선택의 문제라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자기 삶의 창조자가 되어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으로 가득 채우려는 주체적인 사람은 아름답다. 그것은 학벌과 직업, 명예와 권력, 부의 척도로 가늠할 수 없는 인간적 향기와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특정 이념에 가두거나 몇몇 프레임으로 가두기보다 나름대로 각자 만들어가는 삶의 방법과 태도는 그래서 소중하다. 인상 깊게 들여다봤던 악셀 호네트의 『인정 투쟁』의 번역 소개자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던 철학자 문성훈의 글은 단단하게 여며져 있다. 합리적이고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깊은 사유와 오랜 경험이 녹아있지만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저자의 생각을 사례와 함께 풀어내고 있어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에세이다. 좋은 글은 결국 깊이와 넓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니힐리스트는 세상의 허무함 속에서도 ‘사자의 꿈’을 꾼다!”라는 문장과 함께 시작하는 이 책은 니체 철학에 바탕을 두면서도 쇼펜하우어와 키르케고르, 공자와 마르크스, 김예슬과 푸코, 법정 스님과 존 롤즈까지 다양한 사상가들과 실제 사례가 소개되어 현실적인 삶의 지침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한 사람의 생각과 주장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는 없다. 그가 가진 이력과 삶의 궤적과 무관하게 개별 독자의 현실 적용 가능성은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지, 그 태도와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각자 선택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족과 연인, 절친과도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할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된 말과 행동의 결과는 그대로 자기 인생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만든다.

삶이 무겁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별히 ‘니힐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하지 않더라도, 아니 그 어떤 이념과 주의, 주장으로 설명할 수 없더라도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점검하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배부른 돼지와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자는 건 아니다. 문성훈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통해 자유 정신을 되찾고 자기 창조적 삶을 권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김연자도 외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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