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기쁨 - 세상을 구할 과학자의 8가지 생각법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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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객관적 진실일까. 인간의 호기심은 때때로 비극을 낳는다. 그것이 자연과 사회로 향할 때는 탐구와 관찰로 이어지나 개인을 향할 때는 관음과 무례를 빚어 관계의 파탄을 만든다. 인문, 사회과학과 달리 자연과학자들은 전혀 다른 관점과 언어를 사용한다. 짐 알칼릴리는 과학의 기쁨은 결국 과학적 방법론을 터득한 후에야 얻을 수 있는 판단과 선택 능력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 이해도scientific literacy가 짧지만 강렬한 이 책의 특징을 요약한다.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언급되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탈진실post-truth,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등의 개념은 인간의 습성과 타성적 사고 특성을 나타낸다. 적응과 생존을 향한 몸부림은 다양한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도록 각자의 뇌를 재구조화한다.

어쩌면 진실truth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외치는 사람처럼 팩트fact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객관적 사실을 강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지 않을까. 우리는 개인이 속한 다양한 공동체의 도덕적 기준을 내면화 하지만 실제 그 경계는 모호하며 각자의 선택과 결과도 차이가 있다. 자연과학에서 주장하는 객관적 진리가 설 자리는 도덕적 진리의 대척점이 아니라 최소한 합의해야 하는 사회, 정치, 경제 등 교집합의 영역이다. 옳고 그름이나 선악의 가치판단에 관한 논쟁은 종교와 이념 논쟁만큼 소모적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과학적 방법론의 결정적 특성은 칼 포퍼의 주장대로 ‘반증 가능성’이다. 블랙 스완이 등장하는 순간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주장은 부정된다. 따라서 우리가 합의 혹은 동의할 수 있는 최솟값이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결과여야 한다.

사회적 구성주의는 진리가 사회적 과정을 통해 구성된constructed 것이다. 대개 사회적 대립, 정치적 갈등, 이념 논쟁은 이 구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통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반한 인간 사회는 지역과 국가와 민족에 따라 합의의 기준과 영역이 다르다. 허나 시대와 공간을 가로지는 공통 언어를 우리는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의견이 아닌 증거에 집중하라는 조언, 타인의 관점을 평가하기 전에 할 일 등 저자는 ‘생각 바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독려한다. 기준틀이 의존적reference frame dependent보다 무서운 건 기준틀이 독립적 reference frame independent인 사람이다. 주체적인 사고, 판단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들의 겸손을 모르는 우월감이 더 큰 비극을 낳는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는 이제 통계의 계절이 돌아왔다. 데이터에 기반한 확신과 주장이 넘치고 해석과 관점이 판을 친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정치와 생활의 틈에서 과학이라는 빛이 들 수 있을까.

우리가 나눈 각자의 경험 혹은 자기 성찰과 반성 그리고 세상을 향한 시선은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은 복잡하게 흔들리고 엉뚱하게 선택한 후에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다. 아주 먼 바닷가에서 책 이야기를 나누기 올라 온 분의 열정 앞에 생각이 많아지는 건 가까운 거리에서 치열하게 사람들의 고민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책과 현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섬이 있다. 그 섬에는 갈 수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다. 그 거리를 인정하며 아주 조금 가까워질 수 있는 다음 모임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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