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증보판
라인홀드 니버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이성과 감정의 경계에 서서 매번 흔들린다. 이성은 사람을 설득하기 어렵고 감정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의 본성에 새겨진 윤리와 이타심조차 DNA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사회화 과정의 학습효과가 절대적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타인에 대한 태도와 예의를 가르치고, 개인은 기질과 성향에 따라 고유한 도덕과 가치를 내면화한다. 그러니 모든 인간이 가진 공통적 본능과 함께 각자 서로 다른 도덕적 기준이 마련된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적 도덕과 윤리적 기준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흔들린다는 데 있다. 사회가 정한 질서 즉, 법과 규정은 공동체 생활의 최소한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은 언제나 옳다. 해결되지 않는 분쟁, 서로 다른 생각, 개인 간 이해관계, 신체적 폭력과 상해 등 갈등 없는 관계는 불가능하고 문제없는 사회는 없다. 군중은 개인보다 우매하며 타인은 단순하게 악하고 자신은 복잡하게 선할까.

목사 라인홀드 니버는 90년 전에 미국에서 인간의 도덕과 인류 사회의 비도덕성을 신랄하게 분석한다. 하느님의 말씀과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전쟁과 폭력, 이기심과 불평등은 합일될 수 없다. 현실은 대체로 참혹하고 종교적 실천 윤리는 이상적이다. 게다가 20세기 초반에 벌어진 세계사의 폭력과 전쟁, 산업사회로 진입한 자본주의의 불평등이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 삶의 방법과 태도에 혼란을 가져왔다. 인간과 인간, 나와 탕니이 함께 살아가는 법은 없을까.

이 책은 기독교 윤리가 현실의 모순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더 나은 세상,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한 종교는 언제나 인류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고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 자기 삶의 목적과 이유를 고민하게 하는 순기능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이 문제이듯 종교가 아니라 언제나 종교인의 태도와 생각, 말과 행동이 종교적이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기독교 윤리를 해석하거나 비판하는 데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글쓴이가 목사라고 해서 교리를 앞세워 도그마에 갇혀 있는 건 아니다. 매우 폭넓은 시각으로 사회생활을 위한 개인과 민족, 특권 계급을 살핀다. 프롤레타이라 계급은 물론 당대 정치와 혁명을 살피며 도덕적 가치를 점검한다.

개인의 도덕과 사회의 도덕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사회의 권력 불균형에 의해 생겨난 사회적 갈등의 해소는 그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회학자는 별로 없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의 도덕과 사회 구조를 견고하게 유지하려는 자들의 이익이 합치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서로 극과 극 대척점에 서 있는 건 아니지만 대개 개인의 도덕과 사회적 윤리는 충돌하기 마련이다. ‘도덕적 인간’이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나 ‘비도덕적 사회’라는 표현에는 공감한다. 인간과 사회를 도덕과 비도덕으로 대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 민족과 계급으로 나뉜 개인의 도덕성은 상황에 따라 흔들리고 맥락없이 부정된다. 공리주의가 표방하는 다수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도 사회적 관점의 비정함은 변함없다. 급변하는 시대를 반영한 윤리 문제가 아니라 인류 사회가 지향해야 할 혹은 극복해야 할 정의, 불평등, 분배 문제를 정치의 역할과 기능의 관점으로 살피고 있으나 답답함과 한계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개인과 사회가 지닌 모순과 부조리는 21세기가 되어도 진정되거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소수의 이기주의와 이해관계로 단단하게 얽힌 현실은 라인홀드 니버가 보여준 당대의 고민이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한다. 적어도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해지는 잘못을 시정하려면,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이기주의보다 자기 자신의 이기주의를 더욱 가혹하게 억제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법이 도덕의 최소한이라면 자기 객관화는 이기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아닐까.

특권과 권력의 유혹에 굴복해버린 모든 사회주의 지도자는 의심할 바 없이 개인적인 야심과 영달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었다. 일반대중은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러한 결점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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