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경제학 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1
황유뉴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본적인 모든 행위들을 이제 우리는 ‘경제’라는 잣대로 들여다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경제적 동물인 인간은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알맞은 인간형으로 변모를 거듭해왔다. 잠시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동가치와 상품가치를 올려놓는데 골몰한다. 컴퓨터와 영어는 물론이고 자본에 복무할 준비와 자세는 전쟁터의 군인에 버금간다.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모두의 일상이 방향 없이 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철학과 삶의 목표를 추구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준비와 마음가짐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 경제학편>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관한 간략한 역사이다. 학문적인 관심과 무관하게 역사의 진행방향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이기심을 극대화 한 행위가 경제의 기초라고 생각한 케인즈부터 미국의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상 ‘돈’과 관련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된 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경제적 행위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17세기 중엽부터 18세기 말까지 고전 경제학 시대로 구분하면서 부아기유베르, 애덤스미스를 중심으로 초기 경제학의 특징을 설명하며 이후 정치경제학이나 한계주의, 케인즈주의, 화폐주의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의 역사를 철저하게 인물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건중심이나 실제 경제 현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학자들의 주장과 현실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을 많이 접하기 힘들다. 쉽게 풀어쓰기 위해 사례를 만들어 놓은 부분들이 있으나 어색하고 내용 자체가 연결되지 않는다.

  책의 의도는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의 역사를 들여다 보려고 하지만 내용은 단속적이고 분절적이며 재미없고 지루하다. 각각의 경제학자들이 내세운 이론이나 대표적인 저서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론의 타당성도 현실 적용 문제도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내용이 빈약하고 연결되지 않아 지루하다. 깊은 성찰과 핵심적인 내용의 정리가 아니라 산만하며 단편적인 나열에 불과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은 당연히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을 위한 교양’을 표방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나 나열로 교양이 저절로 쌓이지는 않는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된다. 화려한 컬러사진과 지나치게 좋은 지질이 부담스럽다. 편집이 화려하다고 해서 내용의 부실함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학문으로서 경제학이 어떤 것이며 그 발전 과정을 청소년들이 알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란 무엇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혹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상황들과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고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경제는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삶으로서 부대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경제의 힘과 구조 그리고 문제점과 모순들을 알고 가르치고 배우며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경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나 돈과 관련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경제학-철학 수고>를 쓰며 칼 마르크스가 고민했던 바탕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현실을 개선했나? 정치학이나 철학과 무관하지 않은 경제학이 되어 사람을 살리는 경제학이 되려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청소년들이 이루어나갈 사회의 모습은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고민과 방법들을 모색해 보는 책을 기다리는 것이 지나친 욕심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부족하고 필요한 책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경제학도 더 많이 필요하다. <괴짜경제학>처럼 일상과 직접 관련된 책부터 <쾌도난마 한국경제>처럼 큰 그림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의 내일이므로.


07081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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