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인간적인 삶
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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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적인 빛은 모든 것을 어둡게 한다.’는 하이데거의 말은 이미 반세기 전의 진단이지만, 모든 사실과 언어가 대중 매체의 언어 조작이 되어버린 오늘에 특히 맞는 말일 것이다. 무세계의 어두운 시대는 오늘도 계속된다고 할 수밖에 없다. - P. 36

  김수영의 영원한 시적 탐구가 ‘자유’로 귀결된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삶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지칭해도 좋을 김우창의 <자유와 인간적인 삶>은 깊은 ‘자유’에 대한 철학적 사색과 현실적인 삶에 대한 고민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한 시대나 세대를 대표하며 생의 정리 단계에서 쏟아내는 감성과 이성 그리고 심미적 세계에 대한 선생의 발언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문장의 내적 긴장과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 고리에 팽팽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고 있으며 전체가 단단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3부 심미적 질서 부분이 그러하다. 1부에서는 무세계의 세계성에 대해 2부에서는 적극적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이 부분들이 책의 핵심적 사유를 드러낸다. 심미적 질서는 쉴러의 저작과 사상에 대한 해석들이고 선생 자신의 생각들이 교차되고 있지만 세상의 질서에 대한 미적 기준과 역할들을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나누어 적극적 자유 의지를 실현하는 개인적,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다루는 부분에 핵심적인 내용이 숨어 있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목표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 가는 투쟁에 불과하다. 철학과 역사에서 이야기하는 자유에 대한 의미가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저자의 선언은 조용하고도 분명하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진보의 역사이다. 이 역사 발전에서 도덕은 매우 착잡한 현실적 연관을 가지면서 나타나게 된다. 도덕은 너무 쉽게 왜곡되어, 인간의 자유에 대한 외적 구속으로 작용한다. 그 왜곡은 그 자체의 속성보다도 현실 상황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 P. 123

법이나 도덕을 외면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종교에서 신적인 것을 성스러운 것이라기보다 힘으로써,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 P. 123


  법과 도덕과 자유에 관한 개인의 생각과 태도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이 외연적 요소들이 왜곡되고 뒤틀려서 개인과 사회에 미쳤던 해악과 위험들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과연 신자유주의와 매스미디어와 자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러시아의 수학자 페렐만의 삶을 예로 들어 자유와 현대인의 삶을 반추하고 있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여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인터넷에 풀이과정을 공개하고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메달 수상을 거부했으며 돈과 명예가 보장된 직위들을 모두 거부한 채 어머니를 모시고 등산을 하며 버섯을 따는 일이 하겠다는 페렐만을 단순히 이 시대의 기인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연 공적인 빛은 모든 것을 어둡게 하는 것인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당장 오늘 하루와 내일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자유의 의미를 묻는 것은 배부른 유행가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인간적인 삶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자유 속에 태어나지만, 어디에서나 사슬에 묶여 있다.’는 말로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시작한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선언인지도 모른다. 과연 ‘자유’란 무엇이며 저자의 말대로 ‘진실 안에 산다’는 말이 그렇게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내 몸에 묶인 사슬을 끊고 진실 안에 살 수 있는 삶은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할 사회의 중심적 가치가 아닌가?


070809-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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