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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 다섯 지식인이 말하는 소통과 공존의 해법
신영복 외 지음, 프레시안 엮음 / 프레시안북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언론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 땅에 참언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은 각기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피상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요구하는 독자들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찌 보면 모든 언론에서 ‘객관성’이 가능한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나의 관점은 하나의 태도이다. 편향된 관점의 언론이 사람들의 눈과 입을 대변한다면 건전한 비판 기능과 다양한 시선들은 사라지게 된다.
시장점유율과 언론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언론의 태도와 입장은 정치권력과 사회현상에 대해 일관성 있는 입장을 표명하지 못한다는데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특정 집단이나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소수 기득권의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부끄럼 없이 자임하고 나선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언론을 통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계급과 입장과 상반된 태도와 의견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착각한다.
우민화된 대중은 다중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사회를 보는 눈과 귀가 흐려진다. 사회 변혁의 힘과 추동력은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가 반복된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의 힘에 기대어 한미FTA나 경제성장만이 나의 생활을 개선해 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품는다.
인터넷은 탈근대를 향한 마지막 비상구가 될지도 모른다. 종이신문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정보의 제공과 분석 능력은 독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여론의 형성과 독자들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실천되고 끊임없이 고민되어야 마땅하다. 오마이뉴스나 프FP시안과 같은 매체의 등장은 새로운 대안 언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가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우리가가 믿고 있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교정해 줄 필요가 있다. 판단은 물론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
한겨레는 출판을 겸하고 있다. 프러시안도 출판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출판된 <여럿이함께>는 창간 5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시대의 지식인 다섯 명의 특강을 정리했다. 신영복, 김종철, 최장집, 박원순, 백낙청이 그들이다. 이들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우리 사회가 나갈 방향과 미래 삶의 지표들을 올바로 제시하고 있다는 믿음 또한 순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비판적 관점에서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나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들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독자들의 눈을 열어줄 수 있는 실마리는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매년 봄에 한겨레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면서 매년 특강을 책으로 묶어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을 펴냈다. <여럿이 함께>도 프레시안의 창간 5주년과 함께 독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나섰다. 진보와 개혁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대안을 제시하는 이들의 말과 행동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보다 큰 진폭을 가질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녀야 한다.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진정한 ‘소통’에 방점을 찍은 신영복, 한미FTA의 대한 반론을 제기하며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김종철, 민주화 운동이 현실적인 ‘정치’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최장집, 시민운동을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하는 박원순, 한반도 통일의 해법을 제시하는 백낙청의 목소리는 저마다 큰 울림과 공감을 이끌어 낸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과 진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눈과 귀를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섯 명의 대표적 지식인의 몫이 아니라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 시대를 살아내는 힘은 우리에게서 나온다. 정치와 권력을 목적으로 자본의 힘과 본질을 호도하는 신문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전해줄 수 있는 언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힘은 1년치 신문에서 발견하지 못한 인식의 힘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대중의 눈과 귀를 씻어주고 미래의 삶에 대한 전망과 현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아니라 <여럿이함께> 나아갈 수 있는 여유과 자세를 바라보게 해야 한다. 그것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방법이며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럿이함께> 걷다 보면 길은 그 뒤에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과거가 우리에게 제언한 유일한 교훈이다. 미래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시공간들이기 때문이다.
070802-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