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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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보다 감정이 앞서는 동물이기도 하다. 통상 좌뇌는 물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에 관여하고 우뇌는 창의적 사고의 뇌로 직관적 판단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피질과 변연계는 그 기능과 역할이 각각을 담당하고 있으나 그 역할과 기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유전 형질, 교육환경, 성장 과정이 생각과 감정 통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과 공간마다 다른 요소가 작동하니 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고정되어 있을 수 없다. 판단과 선택도 계속 변한다. 그러니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따위의 영화 대사는 설 자리가 없다.

대개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타인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자아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 정성적 평가, 객관적 능력의 종합적 판단과 차이가 있다는 의미일까.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냐고 울부짖던 리어왕이 아니라도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알에서 껍질을 깨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싱클레어와 같은 욕망은 없어도 우리는 스스로 자기 인식의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이다.

그 오해와 변명에 대한 고찰이 심리학의 연구 영역일 것이다. 실험심리학의 아버지 분트 이후 인간의 마음이 증명될 수 있는 과학적 진리의 영역에 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의 일관된 오류, 불합리한 선택, 비이성적 행동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끝내 우리는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전 경제학에 마침표를 찍고 행동경제학의 도래를 알린 사건이 벌어졌다. 2002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노벨 경제학을 받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서 경제행위를 하는 인간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듯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 ‘영끌’했던 사람들은 ‘영털’이 되었다. 집값이 바닥을 찍어도 매수하지 않는 실수요자들은 곧 후회와 아쉬움의 술잔을 기울이리라. 그러나 노여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생각은 원래 그렇다. 디폴트 값이니 개인의 실수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는 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자문이었다. 현실 정치에 행동경제학이 뛰어든 사례다.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으로 인간의 속성과 경제 체제를 까발렸다. 누구나 멍청하다. 똑똑한 ‘척’하는 사람의 설명과 판단을 좇는 순간 망한다. “누구나 나름대로 계획이 있다. 링에 올라와 처맞기 전까지는.”이라는 타이슨의 다소 과격한 조롱이 미래를 예측하고 정답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울리는 경종은 아니었을까.

우리 머릿속에는,

* 시스템 1 : 빠르게 생각하고 직관적인 반응체계

* 시스템 2 : 느리게 생각하고 고심하면서 시스템 1을 감시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한 통제력 유지

이렇게 두 개의 시스템이 들어 있다. 대개 시스템 1은 본능에 가깝다.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생각보다 혀가 먼저 움직이고 눈이 손보다 빠른 이유다. 대개 변연계가 담당하는 영역이리라. 시스템 2는 논리와 이성의 영역이다. 가장 마지막에 진화한 신피질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Judgement Under Uncertainty : 어림짐작과 편향Heuristics and Bias」에서 기나긴 인간의 착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택, 가치, 틀짜기Choices, Values, and Frames」와 함께 이 책의 부록으로 실린 두 편의 기념비적 논문은 숱한 논란의 출발이 되었고 경제학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촉발했다. 우리는 ‘이콘Econ : 합리적 이론의 토대에 발을 딛고 사는 허구의 존재’일까 아니면 ‘인간Human : 실제 세계에서 행동하는 비이성적 존재’일까.

대체로 ‘기억하는 자아 : 삶의 점수를 기록하고 선택하는 자아’가 ‘경험하는 자아 : 실제로 살아가는 자아’를 압도한다.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숱한 오류가 시스템 1과 시스템 2, 즉 이콘과 휴먼의 충돌과 어색한 화해 때문이라면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대개 기억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의 간극 때문이다. 매 순간 선택의 순간이 온다. 어림짐작과 편향은 일상이 되어 한 인간의 정체성이 되고 성향과 성격을 좌우한다. 이 책은 그 모든 순간, 그 모든 자유 의지를 회의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당신의 판단, 당신의 결정, 당신의 선택은 과연 괜찮으냐고.

지식 생산자 사이에 유통되는 논문이 아니라 대중적 글쓰기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에 해당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부록에 해당하는 짧은 논문 두 편의 해설에 해당하는 본문 670쪽은 너무 방대해 보인다. 하지만 충분한 사례와 설명, 관련 논문과 저작들이 고루 소개되어 읽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심리학자의 실험과 설명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의 방향과 깊이를 바로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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