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 How To Read 시리즈
레이 몽크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부지깽이를 들고 칼 포퍼를 위협했다는 선정적인 내용 때문에 처음 읽은 책이 <비트겐슈타인은 왜?>였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칼 포퍼는 전체주의와 폭력에 의한 혁명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닫힌 사회’로 규정지었다. 개인주의를 옹호하고 점진적인 개혁에 의한 ‘열린사회’를 꿈꾸었던 이 책의 저자는 초청 강연을 위해 캠브리지에 대학을 방문했다. 10분에 비트겐슈타인이 한 판 뜨자고 덤빈 이유가 궁금해서 펼쳐든 책으로 기억한다.

  철학자의 삶과 기질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천재라고 명명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논리-철학 논고>를 읽으면서 참 독특한 형식과 내용의 철학책이라고 생각했다.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명제를 분석하는 장은 어차피 내 능력 밖의 범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흐름을 따라 읽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구절을 멋대로 해석하며 전혀 다른 상황에도 적용해보며 내가 얼마나 용감하고 무식하게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한 호기심과 사유의 흐름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얼마전 <청갈색책>에 도전했으나 비슷한 낭패감을 맛보았고 다른 방법을 고민하며 날개를 접었다.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띠는 ‘How to read……'시리즈를 보고 다시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에 또 다시 현혹됐다. 도대체 이 철학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철학이 주는 매력은 독특하다. 특히 ‘언어에 대한 감각과 개념에 대해서 조금씩 그 의미들을 짚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 책에게 감사한다. 하나의 텍스를 간접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에 개인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깨지더라도 일단 부딪히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엉겨봐야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뭔가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그때, 이런 종류의 책들을 접하면 가뭄에 단비처럼 거의 모든 것들이 흡수되고 이전의 남아있던 의문들과 모호함이 안개처럼 사라진다.

  나머지 시리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들의 저작을 읽지 않고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간접적인 독서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이 읽은 내용의 해설을 엿듣고 그 텍스트를 읽은 것으로 착각하거나 오히려 주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적 탐구>보다 오히려 그가 생의 마지막에 관심을 가졌던 ‘심리철학’이 보고 싶어졌다. 기회가 될 때마다 부딪히며 생각하고 한 줄 한 줄 음미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면 기꺼이 비트겐슈타인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

  철학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생각하며 철학을 떠났던 비트겐슈타인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다. 이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와의 갈등과 고민 속에서 철학의 문제를 단지 해결해야할 과제 정도로 여겼던 그의 생각들을 짐작하는 데 또 하나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말할 수 있는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것들 사이의 간극을 아직도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언어와 사물과의 관계, 사물들과 사실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그가 가졌던 깊은 고민과 철학적 해결 방법들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레이 몽크는 영구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비트겐슈타인의 전기도 썼다. 한 인가의 삶과 사상에 대해 지극한 애정과 객관적인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는 좋은 안내서를 제공해 준 그에게 감사해야겠다.

  책의 형식과 분량은 가볍다. 비트겐슈타인의 첫 리뷰인 <케임브리지 리뷰>에서부터 <철학적 탐구>에 이르기까지 연대기별로 발표된 저작들을 인용하면서 그의 핵심 사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사이사이 그의 생애를 사상과 연결시키고 있지만 평전이 아니기 때문에 간략하게 정리하며 그의 철학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부분들을 발췌하고 그 부분들이 전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레이 몽크의 해설이 전부일 수 없겠지만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과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글쓰기는 읽는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갖게 한다.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숟가락 같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책이지만 숟가락 없이 밥을 먹기도 곤란하다. 좋은 숟가락은 맛있는 밥을 위해 준비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070705-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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